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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취업과 박사 진학 사이에서

미국 대학원 유학생활 Episode 3: 박사학위의 가치

by 배박사

유학을 다짐하고 하버드 교정에 첫 발을 들였을 때는 그랬습니다. “여기서 박사과정까지 마무리 해야겠다.”


큰 고민 없이, 박사과정 진학에 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편익분석 없이도 끝까지 공부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더 쉽기도 했습니다. 공부는 시키는 것만 잘 하면 되는데, 이에 비해 취업은 전혀 새로운 부분; 네트워킹, 인터뷰 등 을 익혀야 했을테니까요. 그 당시 하버드 석사과정에 거의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은 박사 진학을 선택하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생각해볼 요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만약 석사과정을 마무리하고 취업을 선택했다면 (그리고 취업에 성공했다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었을 것입니다.

Machine Learning에서 AI로 넘어가는 기술의 격변기에 좀 더욱 현장 중심적인 경험 hands-on-experience을 얻고 이를 통해 더 성장했을지 모릅니다.



예를 들면, 하버드의 빅데이터 클럽에서 한번 Nvidia를 초청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의 NVidia는 현재와 같은 위상은 아니었구요, 하지만 cuda는 전방위적으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하버드에 방문하여 Nvidia의 GPU를 소개하고, 또 여름 인턴십 및 풀타임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죠. 이때 저는 “이건 통계학이 아니야, 난 좀 더 근본적인 연구를 하겠어.”라며 기회를 넘겼습니다. 만약 이때 NVidia와 인턴을 하거나 풀타임을 했다면 어땠을까요?



주로 테크회사의 경우 Base pay + Bonus + Stock 이 지급되는데요, 단순하게 Base를 100K, 보너스를 Base의 20%, 그리고 Stock의 경우 100K정도를 받는다고 하면 5년이 지난 지금은 (100K + 20K) * 5 yrs + 100K * 14 (주식 가격은 대략적으로 14배 상승) ~= 2M



그렇습니다. 그때의 선택으로 저는 2M을 포기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박사학위는 2M의 가치가 있었을까요?


그 당시 하버드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취업을 한 현황을 보면 구글, 에어비엔비, 메타 등의 테크회사, 블랙록, JP모건 등의 금융 등으로 취업을 다들 잘 했습니다. 과연, 박사학위를 위한 5년의 투자, 가치가 있었을까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회사를 다닌지 1년 반 정도가 되는 지금에 와서 느끼는 박사학위의 가치는


- PhD들만 접근 가능한 일자리, 특히 회사의 중요한 core R&D는 Ph.D들이 주도함. 예를 들면, 테크회사의 머신러닝 등은 박사학위자들이 리드함.

- 미국 영주권 획득에 용이


등이 있겠습니다.


사실 아직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취업을 더 진지하게 고려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석사과정에서 박사과정을 준비하였기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통계학 분야의 대가들과 연구하며 통계학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큰 그릇에 물을 부으면 물이 비록 차오르기까지는 오래걸리겠지만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버드 통계학과 대장(이었던) 도널드 루빈 교수님 Office 앞.그 Office 옆자리는 Jun Liu 교수님이 계신다.


하지만 과연 박사학위가 꼭 필요했을까? 라는 생각은 아직도 머리에 맴돕니다. 회사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꼭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되는데, 라는 것이요.


그 박사학위의 가치는 10년, 20년, 30년 후에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듯 합니다. 특히나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박사학위가 주는 가치가 어떨지는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저의 유학의 목적은 명확했기에 그 고민이 덜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유학의 목적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유학생활에서의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있을 때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화에서는 박사과정에 마침내 진학하여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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