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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은 약손

엄마 손은 약손, 니 배는 똥배

by 우먼파워


세상에 아픈 마음을 낫게 하는 약은 없을까. 삶의 무게에 짓눌리고, 고단한 날들을 지날 때마다 문득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어릴 적 배를 문질러 주던 엄마의 따뜻한 손길, 그리고 그 손끝에서 흘러나오던 노랫소리.

“엄마 손은 약손, 울 아가 배는 똥배.”

그 단순한 노래와 부드러운 손길이 왜 그렇게도 깊은 위안이 되었을까?


세상에 다친 맘 낫는 약이 없을까

고단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구나

어릴적 어미품 배를 어루만지시던

약보다 따뜻한 그 손길이 생각난다

나아라 나아라 울아가 울지마라

나아라 나아라 세상에 지지마라

엄마손은 약손 울 아가배는 똥배

엄마손은 약손 울 아가배는 똥배


몇 년 전 인기있던 TV 프로그램에서 한 여자 가수가 낯익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그 단순한 노랫말에 담긴 따뜻한 정서와 잔잔한 멜로디가 흐르는 동안, 가수도 울고 관객도 울고 나도 울었다.

왜일까?

아마도 그 노래 속에 담긴 엄마의 사랑, 어릴 적 누구나 느꼈던 치유의 손길이 우리 마음 깊은 곳을 울린 것이리라.


나는 어릴 적 배앓이를 자주 했다. 학교에서 1년에 한 번 회충검사를 하고 회충약을 나눠주곤 했지만 종종 횟배를 앓곤 했다. 아파도 마땅한 약이 없고 병원에 갈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엄마 손은 늘 최고의 약이었다.

“내 손은 약손, 니 배는 똥배.

엄마 손은 약손, 홍례 배는 똥배”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 엄마는 내 배를 살살 문질러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따뜻한 손길이 닿는 순간, 끊어질 듯 아프던 배는 신기하게도 조금씩 편안해지며 통증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그러면 나는 곤한 잠에 빠지곤 했다. 따뜻한 엄마 손은 단순히 배앓이를 달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음까지 위로하고 치유하는 힘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살성이 유난히 약했던 나는 사소한 상처도 곧잘 곪아버리곤 했다. 넘어져 다친 무릎이 덧나거나, 이유 없이 여기저기 염증이 생기기도 했다. 병원에 가려면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했던 시골에서, 그때마다 엄마는 나만의 의사가 되어 주었다. 내가 아파할 때마다 엄마는 밀가루를 꺼내어 물과 조선간장을 섞어 조물조물 반죽을 만들었다. 질어도 안 되고 너무 되도 안되는 찰기를 만들어 내느라 엄마는 물을 여러 번에 나누어 조금씩 조금씩 부어 반죽을 했다. 그리고 곪은 부위에 반죽을 얹고 조심스럽게 반창고를 붙여주셨다.

“며칠만 참아. 이러면 다 나아.”

나는 냄새가 난다며 투덜댔지만, 엄마의 말대로 며칠 후면 언제 아팠냐는 듯 씻은 듯이 나았다. 어린 마음에 반죽이 마치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그건 엄마의 지혜와 사랑이 담긴 특별한 치료였다. 엄마는 이렇게 자연과 삶에서 배운 지혜로 우리를 치료하고 돌봤다.

소화 기능이 약했던 엄마는 사탕을 상비약처럼 챙겨두셨다. 냉장고 커버 아래에 사탕을 두고 속이 더부룩할 때마다 두어 개씩 꺼내 드셨다. 그러면 트림이 나면서 쳇기가 내려간다며 좋아하셨다. 엄마의 사탕 바구니는 엄마가 스스로를 돌보고 위로했던 소박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요즘 나도 속이 불편할 때면 자연스럽게 엄마처럼 사탕을 찾는다. 사탕 두어 개를 입에 넣으면 신기하게도 쳇기가 내려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문득 엄마는 어떻게 그런 지혜를 터득하셨을까 궁금해진다, 엄마의 손길은 언제나 사랑과 지혜로 가득 차 있었다. 엄마 손은 나에게 약손이었고, 의사의 손이었다.

“엄마, 당신의 손길은 제 삶의 가장 따뜻한 위로였어요. 당신이 남긴 그 작은 지혜와 사랑은 지금도 제 마음속에서 사탕처럼 달콤하게 녹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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