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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의 딸 (25)

119를 두 번 부르다

by 좀 달려본 남자

119를 두 번 부르다


'내 딸의 딸'이 점차 커가면서 시점에 맞추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내 딸이 데리고 다니면서 맞추면 좋겠지만 '내 딸의 딸'이 우리 집에 눌러앉아 살고 있으므로 아내와 늦지 않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맞혔다. 첫날은 아무 일이 없었다.

이틀째 되었을 때 내 딸이 사위와 집에 와서 그동안 못 놀아준 것을 한꺼번에 놀아 주려는 듯 '키즈카페'를 예약하더니 아침부터 '내 딸의 딸'을 데리고 다녔다.


오후에 집에 들어왔을 때 '내 딸의 딸'이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더니 열이 나기 시작하였다.

주변에 있는 어린이 병원에 문 닫기 전에 얼른 가서 해열제를 처방받았다. 의사 선생님은 통상 뇌염예방 접종 후 이틀째 열이 난다고 하였다.

하지만 '내 딸의 딸' 17개월 평생 지금처럼 열이 거의 40℃ 가까이 오른 적이 없었고, 해열제를 먹여도 잘 안 내려가서 내 딸과 사위도 걱정이 되었는지 집에 가지 않고 '내 딸의 딸'을 돌보았다.


저녁이 되어도 체온이 떨어지지 않더니 '내 딸의 딸'이 약간의 몸이 뒤척이며 약간 떨리는 모습을 보이자 내 딸이 긴급하게 인터넷을 뒤지더니 '열경련' 같다고 하더니 긴장을 하더니 119로 바로 전화를 하였다.

아마도 지금까지 열이 오른 것과는 다른 것 같다고 느껴서 내 딸도 많이 놀랐던 것 같다.


우리는 내 딸을 키우면서 지금까지 119 전화를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 아무도 끼어들 수가 없었다.


119는 구급차가 오는 동안 친절하게 전화를 끊지 않고 조치를 어떻게 하라고 친절하게 내 딸에게 안내해 줬고, 119 응급차가 도착하였을 때 두 명의 소방관이 들어와 '내 딸의 딸'을 관찰하였다. 의견은 "열경련은 아닌 것 같으나 열이 높으니 일단 빨리 병원으로 이동하자"라고 하여 아주대 응급실로 달려갔다.

하지만 내 딸이 스피커폰으로 119와 통화하는 하는 동안 긴장된 못소리에 '내 딸의 딸'이 더 놀라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내 딸, 사위가 '내 딸의 딸'과 함께 119로 떠나고, 조금 후에 소방서에서 서명을 받으러 집에 다시 찾아왔다. 열경련은 아닌 것 같지만 향후에 이런 비슷한 일이 있어도 주저 말고 119로 전화해 달라고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말로만 듣던 119의 역할에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119 앰뷸런스를 타고 간 아주대 병원 응급실에서 피검사를 해보니 일본뇌염 예방접종 후유증이 아닌 '감염지수'가 높은 게 열의 원인이었고 항생제 처방을 받고 밤 11시 조금 넘어서 퇴원을 하였다.

119 타고 큰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정확한 원인을 잘 몰랐을 것이었는데 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열이 점차 내려가면서 다행히 '내 딸의 딸'이 잠을 잘 잤다.


하지만 그다음 날은 오전 '내 딸의 딸' 체온이 36℃ 이하로 떨어지더니 내 딸이 체온계를 재보더니 35.2~3℃ 까지 떨어진다. 추위를 느끼는 것 같아 이불을 덮어 주었지만 몸을 떨기 시작한다.

내 딸이 또 인터넷을 찾아본다. '저체온증'! 긴장을 하더니 다시 119에 전화를 하였다.

조금 기다려 보자고 말하고 싶었지만 어제 일도 있고 해서 아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119 응급차가 도착하여 체온계로 다시 온도를 재보니 35.7℃ 였다. 다행히 '저체온증' 아니라고 그냥 돌아갔다. 내 딸도 "이번은 좀 오버하지 않았나?" 느끼는 것 같았다.

엄마, 아빠가 되는 게 인터넷으로만 찾아보면 해결되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다음 날 몇 군데 병원을 가보고 체온이 37℃에 안정되는 것을 보고 딸과 사위가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내 딸과 사위도 긴장을 너무해서인지 몸살이 난 것 같다.

'내 딸의 딸'도 이틀 동안 여기저기 병원 갈 때마다 이런저런 피검사에 지쳤는데, 나를 보더니 손등에 가리키면 '아야! 아야!' 한다.


우리와 내 딸은 세대가 다르다. 판단하는 방식도 다르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내 딸의 딸'부모는 내 딸과 사위다. 열심히 부모 되는 방법을 열심히 배워가는 과정 중에 이번일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후에도 3일 동안 더 고생한 후 이런저런 약을 먹고 나서 회복이 되었다. '내 딸의 딸, 고생했다'

왜 열이 났을까? 이런저런 추론을 아내와 이야기해 보았다. 뇌염 예방접종 후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키즈카페'에서 세균감염이 되어 열이 난 것이 아닌가? 추정하였다.

대화의 결론은 아내도 내 딸 키울 때 보다 '내 딸의 딸' 키우는 게 더 조심스럽고 힘이 드는 것 같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할부지!'(할아버지 발음이 아직 안된다)하며 나에게 안기는 '내 딸의 딸'에게 "안 아프고 건강하게 커 야지!"라고 이야기해 본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7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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