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캐서린TV Jul 17. 2024

쌤은 왜 얼굴이 늙어보여요?

(노안 비법)

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 고시를 합격하고

첫 학교 발령이 났다. 

    

발령이 난 학교는

언덕 꼭대기에

남중(남자들만 있는 중학교)에,

한 반에 약 40명이나 있는데,

중3 담임!자리..라니;

    

‘중3이면... 몇 살이지? 16살?? 허걱!’

나와 몇 살 차이가 안 난다는

“나만의 비밀” 속에서

괜시리 긴장이 더 되었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신입 교사가 왔다고 다들 격하게 환영해주신다.

“혹시 나이가?”

“아이코~ 너무 어리네”

“애들은 아가씨 쌤 왔다고 너무 좋아하겠다”


“근데 어린 여자 쌤이라고

쌤 말 잘 안 들을지도 몰라~”

(안 들을지도 몰라~안 들을지도 몰라~ 메아리가 친다)

그걸 가장 두려워하는 게

신입 마음인데 ㅠㅠ

    

잔뜩 긴장했지만, 아닌 척

아이들과도 첫 만남, 첫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마쳤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 앞으로 뛰어나와 환호해준다.

학생 : “쌤~ 무슨 띠에요?^^”

쌤:     “왜~~ 쌤 나이 알려고 그러지?”

아이들은 “아니에요~ㅎㅎㅎ”라고 말하며 콩콩 뛰며 웃는다.   

  

 교무실로 내려와 생각에 빠진다.     

‘안되겠다. 난..

목소리도 작고

애들보다 키도 작고...  

카리스마도 작고, 아니, 없고..ㅠㅠ

     

이러다간, 아이들이 우습게 보는

찌질한 신입 여교사가 될 게 뻔해.


그러면 아이들이 내 지도도 내 수업도 안 듣게 될거야..

그건 최악이야...’


그래! <선생님 옷>을 사러 가야겠어!!’


퇴근 길에 부랴부랴 학교 앞 지하상가에 갔다.

‘어떤게 더 나이 들어 보일까?’

‘어떤게 더 선생님처럼 보일까?’     


그렇다면,

무조건 정장! 이다.

어깨는 뽕이 살짝 들어간 걸로.

일자 스커트는 종아리를 어정쩡하게 가려주고.     

화장은 진하게

눈썹도 검은 색으로 진하고 각지게 (흡사 앵그리버드)

입술은 얇게 빨간 루즈로 몇 번 쓱쓱.     

머리는 망에 넣어서 올림 머리를 해본다..     

살색 스타킹을 신고

키높이 실내화로 완성!  

   

거울을 보니 만족스럽다.

“흠^^ 딱 선생님이야”

거울 속 나

하지만, 이제와 스스로 돌이켜보면     

과연,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은 걸까?


몇 년 후, 졸업생이 찾아와 하는 말     

“쌤은 왜 그때 얼굴이 더 늙어보여요?^^”     

둘이 한참 웃었다.           


#졸업 #노안 #메이컵 #오늘의룩 #선생님옷

이전 04화 목발 짚는 학생에게 말실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