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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TV Jul 17. 2024

이겨도 져도 안 되는 게임

(체육대회)

교사가 되어 첫 체육대회다.

우리 학교는 오래된 전통이 있다고 한다.

바로 체육대회 가장 마지막 순서가

<여교사 vs 어머니> 릴레이 경주


    

모든 교사가 몇 주 전부터 발 빼기 바쁘다.

여교사 계주 명단 제출을 앞두고

“나 체육 못해~”

“나 발목이 안 좋잖아~”

“잘 뛰는 사람이 나갑시다”

신입은 필수지~”

그렇게 난 필수로 강제 참여하게 되었다.

     


반 아이들은 뙤양 볕 운동장에서 하루 종일 체육대회를 했어도

“이게 제일 재밌어요!”

“쌤 파이팅!!!”하며 신이 났다.



아이들의 응원을 받으니

온 몸의 근육과 신경 세포가

스물스물 살아나는 느낌이다^^

    

교사는 파란 바통

어머니는 빨간 바통

     


우리 반은 아무 어머니도 안 오셔서

나는 옆 반 어머니와 나란히 섰다.     

우리 반과 옆 반은 순식간에

경쟁 구도가 되어 응원 전쟁이다.



옆 반 어머니가 불쑥 말을 거신다.

“쌤~ 나 못 달려요. 천천히 달립시다~~”

하지만 운동화 끈을 거듭 매시며

입술을 앙 다물고 스트레칭을 선수처럼 하신다.



저 멀리 우리반 아이들의 함성이 들린다.

“쌤!!!! 최고!! 우리 반이 이겨야해요!!!”



손을 흔들며 미소로 화답했다.

긴장한 탓인지, 응원을 받아서인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


  

총탄이 탕!!!!!


출발선에서부터 몇 초간 나란히 달렸고

모두의 긴장감이 올라갔다.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난 사실 달리기가 매우 빠른 학생이었다.

늘 전교에서 1-2등으로 빠른 계주 선수 출신.


그 세포가 몇 년 만에 막 살아났는지

다리가 너무 빨라진다.


빨간 바통을 잡고 달리시는 어머니를

추월했다!

그것도, 딱! 우리 반 바로 앞에서!


체육대회

 

우리 반 아이들은

꺆!!!!!!!꺅 댄다.

그렇게 난 짜릿하게 승리했다.

행복도 잠시 난 바로 (불편해)“졌다”.  

   

그 어머니의 아들이

멀리서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아 쌤~~!!!!!”


아이와 어머니께 고개와 허리 모두 숙인채

“아이쿠... 죄송합니다ㅠㅠㅠㅠㅠ”    

 

그것도 잠시

바로 다음 바통을 받은

수학 선배 여교사에게 모두의 관심이 쏠렸다.


나와 달리 그 선생님은

뒤를 돌아보며 달리는 어머니를 보면서

친절한 미소까지 보내주시며

느린 페이스를 맞춰주시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져 주시기까지..했다.     


‘우와..나도 저렇게 했어야 했는데..

역시 나보다 3년 경력이 더 있으신 분이라 다르네’    

 

그런데 아니었다!


그 해당 반 아이들 전체가

엄청나게 큰 비난의 함성을 질러댔다.     


“선생님!! >0< 우리 엄마 왜

약 올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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