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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TV Jul 18. 2024

대형 서프라이즈

(중학교)

학교에는 나와 나이도 열정도 비슷한

여자 수학 선생님이 계신다.


우리 둘이 모이면 일을 만든다^^

다들 말씀하신다. “뭐하러 사서 고생을 해~”

그럼에도, 오늘도 우린 뭉친다.


나 : 쌤쌤! 이번 체육대회 날 우리 애들한테

완전 신나는 추억 만들어 줄까요?


수학 쌤 : 어떻게요?^^ (솔깃한 표정)


나 : 인형 탈 써프라이즈!!


수학 쌤 : “어! 대박 재밌겠는데요?!”


나 : “맞죠! 맞죠! 맞죠!^0^”

(하이파이브 짝!짝!짝!!)


퇴근 길에

인형 탈 대여점에 바로 갔다.



사장님: 행사 시즌이라 딱 두 개 남았어요

오! 감사합니다!!!!



하나는

얼굴이 깔끔한 신상 <슈퍼마리오>이다.



그런데,

나머지 하나는

얼굴에 떼가 잔뜩 묻은 원숭이(?)다.




사장님은 어색한 미소로

“원숭이.라뇨~짱구에요^^

요즘 애들은 딱 보면 알아요.”



(그리곤 너무 오래 쓴 거라며

짱구는 만원 할인! 이라고 하셨다^^)







어딜봐서 짱구라는 거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난 짱구가 되었다.


드디어, 체육대회 당일


수학 선생님과 나는 약속했다.

아이들에게 완벽한 신비스러운 추억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기로

(우리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게)


온 몸이 털로 덮인데다가

얼굴은 찜통 사우나다 ㅠㅠㅠㅠ


탈을 쓰고 FREE HUG를 배에 써 붙인 채

격렬한 춤을 추며 

운동장에 야심차게 등장했다.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온다.


학생 1 : “아저씨!!! 아저씨!!”

학생 2: “야야, 저거 원숭이 아니야?”

학생 3: “이건, 슈퍼마리오다!!”


하더니 갑자기 학생 1이

똥침을 찌르기 시작하고


학생 2는 엉덩이를 걷어차고


또 다른 무리는 꿀밤을 때려 댄다.


우리는 말도 못하고

탈 속에서 연신 두들겨 맞는 신세가 되었다.

퍽퍽퍽퍽 으악!! 꺅!!


우리가 꿈꾼 건 이게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왜 때리는거야? 

물어볼 수도 없다.


다행히,

남자 교사들이 소리 지르며 달려오신다.

“원숭이 때리지마!!!

 똥침하지 말라고!”


‘나 짱구에요;; 근데 감사합니다’


몇몇 우리 반 아이들이 수줍게 안긴다.


학생 : 야 이 원숭이,

            아무래도 우리 쌤이야!

               쌤 향기나. (우르르 몰려와서 킁킁킁킁)

                  감사해요 쌤.

                       더우실텐데...


쌤 속마음  : ‘고마워.

                      근데…. 나 짱구야’


#인형탈 #극한알바 #짱구 #슈퍼마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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