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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서린TV Jul 16. 2024

목발 짚는 학생에게 말실수

(신입 여교사)

신입 여교사의 첫 출근 날이었다.

학교 선생님이 된 벅찬 감격과 동시에

담임교사의 부담감을 잔뜩 안고

     

마치 달리는 심장으로      

첫 조회를 시작하였다.


교실 앞 문이 스스륵

쿵. 쿵.


왼쪽 다리 전체 통 깁스를 한

남학생이

목발을 짚으며 겨우 들어온다.


“어머나, 어쩌다가..이렇게 많이 다친거니?”

“겨울 방학 때, 스키 타다가 심하게 다쳤어요.”

“에구ㅠㅠ.. 최대한 안정 취하고 조심해야겠네.”

주변 친구들에게도 장난치지 말고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교실을 나왔다.


‘휴, 그래. 지도사항 잘 말하고 나왔어(자화자찬^^)'   


그렇게 안심한 지

한 시간 채 지나기 전,

연세가 지긋하신 부장님께서 큰 소리로

“쌤! 어서 올라가 봐!

그 반에 그 다리 다친 애 있지!

그 깁스한 다리로 달리기를 하고 난리가 났어~

주의를 단단히 줘.”   

   

“아 네!!”(흡사 필승!을 외치듯)

무작정 대답은 우렁차게 하고 교무실을 나서서

     

5층 복도까지 허겁지겁 달려와서 보니

여긴 어디?? 난 누구??

수십 명의 남학생들이 소리를 지르며

타잔처럼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 이것이 남학교의 찐 바이브구나’


그리고

깁스한 다리로 깔깔거리며 달리는 모습

내 레이더에 포착!



나는 그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00야”     

가늘지만, 유일한 여성의 목소리여서..일까?


그 순간, 온갖 소란이 순식간에 사라진 채

모든 아이들이 일제히 나에게 달려와 원을 둘렀다.


어느새 그 아이와 난 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     


“어! 이번에 우리 학교에 새로 오신 쌤이다.”

웅성웅성

아이들은 더더더 모였고

원은 더더더 좁아졌다.

    

‘으~~이건 전혀 바라지 않아 얘들아~

나 쳐다보지마 ~ ㅠㅠ’

이 과도한 몰입과 관심이 너무 부담스럽다..   

  

‘어서 지도하고 이 자리를 떠야해.'


쌤 : 너 그거 어디갔어 ~~     

( 너무 긴장해서 “목발” 이란 말이

생각이 안 난다!!! ㅠㅠㅠㅠㅠ   )


학생: 네???????


쌤 : 그....그그그그...그~~

족발!!! 

그래, 족발 어디 있냐고,

족발 을 짚고 다녀야지~~”

 

착하게 생긴 그 학생은

“선생님 죄송해요. 이제 꼭 짚고 다닐게요.”


혼자 계단을 두 칸 내려오는데 생각났다.

목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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