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졸업하고
임용 고시를 합격하고
첫 학교 발령이 났다.
발령이 난 학교는
언덕 꼭대기에
남중(남자들만 있는 중학교)에,
한 반에 약 40명이나 있는데,
중3 담임!자리..라니;
‘중3이면... 몇 살이지? 16살?? 허걱!’
나와 몇 살 차이가 안 난다는
“나만의 비밀” 속에서
괜시리 긴장이 더 되었다.
교무실에 들어서니
신입 교사가 왔다고 다들 격하게 환영해주신다.
“혹시 나이가?”
“아이코~ 너무 어리네”
“애들은 아가씨 쌤 왔다고 너무 좋아하겠다”
“근데 어린 여자 쌤이라고
쌤 말 잘 안 들을지도 몰라~”
(안 들을지도 몰라~안 들을지도 몰라~ 메아리가 친다)
그걸 가장 두려워하는 게
신입 마음인데 ㅠㅠ
잔뜩 긴장했지만, 아닌 척
아이들과도 첫 만남, 첫 인사를 나누고 수업을 마쳤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 앞으로 뛰어나와 환호해준다.
학생 : “쌤~ 무슨 띠에요?^^”
쌤: “왜~~ 쌤 나이 알려고 그러지?”
아이들은 “아니에요~ㅎㅎㅎ”라고 말하며 콩콩 뛰며 웃는다.
교무실로 내려와 생각에 빠진다.
‘안되겠다. 난..
목소리도 작고
애들보다 키도 작고...
카리스마도 작고, 아니, 없고..ㅠㅠ
이러다간, 아이들이 우습게 보는
찌질한 신입 여교사가 될 게 뻔해.
그러면 아이들이 내 지도도 내 수업도 안 듣게 될거야..
그건 최악이야...’
그래! <선생님 옷>을 사러 가야겠어!!’
퇴근 길에 부랴부랴 학교 앞 지하상가에 갔다.
‘어떤게 더 나이 들어 보일까?’
‘어떤게 더 선생님처럼 보일까?’
그렇다면,
무조건 정장! 이다.
어깨는 뽕이 살짝 들어간 걸로.
일자 스커트는 종아리를 어정쩡하게 가려주고.
화장은 진하게
눈썹도 검은 색으로 진하고 각지게 (흡사 앵그리버드)
입술은 얇게 빨간 루즈로 몇 번 쓱쓱.
머리는 망에 넣어서 올림 머리를 해본다..
살색 스타킹을 신고
키높이 실내화로 완성!
거울을 보니 만족스럽다.
“흠^^ 딱 선생님이야”
거울 속 나 하지만, 이제와 스스로 돌이켜보면
과연, 이렇게 해서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은 걸까?
몇 년 후, 졸업생이 찾아와 하는 말
“쌤은 왜 그때 얼굴이 더 늙어보여요?^^”
둘이 한참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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