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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Sep 10. 2024

엄마의 마음속 우물 -1

74세 나의 엄마 민여사.

이번에 엄마는 세 번째 파리를  다녀오셨다.

3년 전, 2022년 3월부터 막냇동생이 파리 OECD 본부로 파견근무를 가게 된 해부터 시작된 프랑스 여행이었다.

22년도 7월에는 나와 두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프랑스와 벨기에를,

23년도 7월에는 둘째 여동생과 조카가 엄마와 함께 프랑스와 영국을,

24년 올해는 파리 올림픽 기간과 겹치지 않게

8월 중순에 고등학생 조카와 엄마가 함께 파리가서  막냇동생과 스위스를 다녀오 일정이었다.


올해는 나와 둘째 동생 일정이 오락가락해서

비행기 예약날짜를 언제로 지정해야 할지부터가

수월하지 않았다.

나는 스위스를 꼭 여행하고 싶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엄마가 더 나이 드시기 전에, 걷기가 조금이라도 덜 힘드실 때 꼭 세 딸이 함께 모시고 다녀오고 싶었 때문이다.

한 번쯤 꼭 여행하고 싶은 나라 1위.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을 보유한 나라이자 수도인 베른은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는 곳. 멋진  만년설과 퐁듀, 초콜릿의 나라.


매년 파리를 휴가차 방문하던 올해 7월 말은 

파리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올림픽이 끝나는

8월 18일을 출국로 계획을 세웠다.

가장 큰 문제는 엄마를 모시고 한국에서 같이 나갈 자식들이 없다는 것이었다.


큰딸인 나는 큰 아이가 중2가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서 학원 방학 외에는  여행 때문에 학원 빠져서 진도 못 따라가는 것 싫다, 성적 떨어지면 어떻게 해, 보강하는 것도 힘들라며 절대 학원은 빠질 수 없단다. 위스행은 나중에 자기가 나를 모시고 간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내 욕심에 공부하려는 아이에게 이러면 안 되겠지 싶어서 마음을 접었다.


둘째 딸인 동생은 구립 어린이집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작년에 2주 동안 프랑스영국 다녀오느라 다른 선생님들 여름휴가도 못 가서 이번엔 말도 못 꺼낸다며 스위스 못 가는 일차 이유였고 더 중요한 이유는 위탁심사가 5년마다 있는데 8월에 심사일정이 있어서 꼼짝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럼 오빠는? 아들 둘 아직도 취업 못해서 돈 벌어야 한다고, 여행경비도 만만치 않을 텐데 못 간단다.

마지막으로 기대할 수 있는 건  미성년자인 둘째 동생의 딸. 올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검정고시를 8월 초에 보는 조카가 남아있다.

막냇동생은 파견근무가 올해로 끝나기 때문에

스위스에 꼭 엄마를 모시고 가고 싶다는 바람을

우리에게 계속 어필하는 중이었고

엄마도 스위스에는 가보고 싶어 하는 눈치 셨기에

조카라도 혼자 외할머니와 다녀오겠다면 둘째는 미성년자출국서류 챙겨서라도 보내주겠다고 했다.

조카는 시험도 끝나고 그때는 마음 편하게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고 가겠단다.


이렇게 외할머니와 외손녀의 10박 12일의 프랑스 , 스위스로의 출국일정이 확정되었다.


엄마 모시고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한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을 그렇게 조카가 대신해 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출국전날 서울에 올라오셔서 캐리어를 정리하는데

조금씩 준비했다던 먹을거리들이 또 한도초과 되고 있었다. 파리에도 큰 시장 있고 먹을거리도 많으니 가서 재료는 사면된다 하시던 분이 그냥 가시면 될 것을  막냇동생이랑 조카먹이겠다고 욕심내셔서 엄마옷들과 짐은 죄다 내려놓고 자식 먹일 것들로 캐리어를 다 채워서 출국하셨다.


여행 내내 매일 영상통화를 했다.

막냇동생은 엄마를 모시고 다니는 곳마다

음식점이나 풍경들을 영상으로 보여주었고

그때마다 엄마얼굴은 편해 보이지 않고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음식이 입에 안 맞으셔서 그런 시차적응이 안 돼서 피곤하신물어봐도 괜찮다 괜찮다 빨리 끊어라만 반복하신다.


마지막날에는 급기야 막냇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오늘 마지막날이라서 엄마 모시고 가려고 그 예약하기 어려운 에펠탑 레스토랑을 두 달 전에 예약해 놨는데 엄마가 안 가시겠다고 나랑 경이만 갔다 오라고. 나는 안 간다라고만 계속 얘기하시니까 화가 나서 좀 싸웠어.

왜 그러냐 물어봐도 난 안 먹고 싶다 안 가고 싶다만 계속 반복해서 말씀하시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취소도 안되고 그 비싼 데를 엄마 보여드리려고 한 건데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우리 엄마 왜 그래.

엄마가 무엇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은데

물어볼 수도 없고 얘기도 안 하실 테니

일단은 시간이 있으니까 살살 달래 봐야지.

엄마도 감정이 좀 누그러지면 다시 생각하실 거야.


시간이 지나서 엄마랑 조카 막냇동생 셋이서

에펠탑레스토랑에서 식사 중이라고 영상통화를 해왔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엄마의 표정이 불편하고 즐겁지 않다 나는 걸 말해주고 있지만 멀리서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엄마의 밑바닥 고요했던 감정의 우물에

무엇이 던져졌길래 깊이 있던 우물물이 튀어 사방이 젖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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