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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특별한 예사로움>이 시작된 그날

이 프로젝트는 사실상 2018년부터 시작되었다.

양천문화재단 2024년 "예사로움"공모전에 선정된 <어느 특별한 예사로움> 프로젝트는 사실 2018년의 2월의 어느 날,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오디너리 콜렉터의 멤버가 처음 만납니다. 당시 전시 기획사의 하 큐레이터와 미술교습소의 안 원장선생님이 가정어린이집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두 아이의 엄마로 만났습니다. 씩씩하고 당찬 걸크러쉬의 표본을 보여주었던 안 선생님의 딸이 숫기 없고 뭉그적거리는 하 큐레이터의 아들을 데리고 나가서 노는 그 순간. 그때 오디너리 콜렉터는 시작된 것입니다. "얘! 너도 같이 놀자. 이리 와"


아이들이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두 어머니는 통성명을 하고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며 인사를 했고 이내 둘은 미술 분야에 일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초, 중, 고 선후배 사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당시 회사 다니느라, 첫 째 아들을 키우랴, 뱃속에서 둘째 딸을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던 하 큐레이터는 안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미술 콘텐츠를 보여줘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하던 크고 화려한 전시들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종종 아이들에겐 유익하지 않은 내용도 있더라고요. 나중에 아이들을 위한 무언가를 하면 좋겠어요."  


안 선생님도 이런 말을 합니다.


"맞아요, 역시 아이를 키우면 시각이 바뀌는 것 같아요.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할까요. 내가 못 보던 것을 보게 된 것 같아요."


그 뒤로 이 두 어머니들은 친구가 된 두 아이를 쫓아다니며 놀이터에서 간간이 대화를 나눕니다.


"000 전시가 좋다는데, 000 미술관에 보러 갈래요?"


2019년 초 봄이었습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300을 넘던 그날, 둘은 약속한 데로 한남동에 위치한 000 미술관에 전시를 보러 갑니다. 함께 전시를 보며 둘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오, 이 기법으로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구나."

"오, 이런 식으로도 설치할 수 있구나."


당시에는 전시에 대한 서로가 느낀 점을 공유한 것이지만, 이 날 처음 미술관에 방문한 것은 '오디너리 콜렉터'의 프로젝트가 지역 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하게 될 복선처럼 작용하게 됩니다. 그 뒤로 둘은 종종 미술관 전시를 다니면서 '이러이러한 점은 좋다 혹은 나라면 이렇게 했겠다'라고 피드백을 나눕니다. 엄마가 아닌 미술 전시기획자와 일러스트 작가/에듀케이터로서 말이죠.


오디너리 콜렉터는 이렇게 평범하게, 마치 시간이 허락한 대로, 순리대로 산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벌어진 듯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처럼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디너리 콜렉터들은 우리의 일상을 함께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그 자리에는 소중한 아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본 세상의 색깔, 형태, 감정 그리고 삐뚤빼뚤한 글씨를 공유하며 알게 모르게 준비해 왔습니다. 우리와 아이들의 소중한 이야기들을요. 그리고 당신과 당신 아이들의 이야기들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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