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 소주 한잔 같이 하자.(뭘해도 흐르는 시간편)
남은 건 스스로에게 해 둔 것 뿐
오이 잘 지냈냐
한동안 바빠서 못 만났었구먼. 뭐 하고 지냈냐고?
음.. 뭐 이거 저거 해보려고 한 건 많은 거 같은데 딱히 뭘 딱 이루어 논 건 없는 거 같네 ㅋㅋㅋ
예전처럼 무슨 시험 공부 하듯이 그렇게 오롯이 모든 생각과 시간을 뭔가 하나에 몰두하는 것도 이젠 어렵더라고. 그렇게 할 수 있게 가만 냅두냐 세상이? ㅋㅋㅋ
암튼!
요즘 들어서 그래서 더 시간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이 맘 때쯤 너도 나도 하는 말이지만, 시간은 정말 빨리도 흐르잖아.
생각을 해보니까 말이야,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거 같아.
하나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좋아하는 것이든 싫어하는 것이든 내가 서 있는 환경, 관계, 그리고 나 자신도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음.. 적나라하게 말하면 우리의 생에 주어진 남은 시간이라는 영역이 점점 지워져 간다는 거지.
솔직히 사실 둘 다 딱히 유쾌하지만은 않지 뭐 ㅋㅋ
일단 뭔가가 변하거나 없어진다는 게 본능적으로 별로 내키는 것들은 아니지 않냐?
언젠가는 나름 안정적이라면 안정적인 이 봉급쟁이 생활과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도 더 이상 있을 수 없을 때가 올 것이고, 지금 천진하게 나한테 비비적대면서 까르르 웃고 있는 아이들도 어느새 그 녀석들의 길들로 홀홀 걸어가는 날이 오겠지.
그리고 또 분명 변하게 될 것은..
나 자신.
영포티, 영피프티라고 아득바득(?) 끝까지 버티던 시기도 이내 지나고 언젠가는 누가 봐도 노인이 되는 시기가 오겠지.
더 충격적인 것은..
생각보다 그 날이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는 거야.
두둥.
ㅋㅋㅋ 크으읔!!! ㅋㅋ
근데 말이야.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니 어차피 그럴 건데 내가 뭐 하러 그렇게 쓸데없는 것들에 신경을 쓰고 눈치를 보고 지내고 있었나.
지금 내 인생의 남은 시간이라는 코가 석자인데 뭘 그렇게 짭스러운 남들 시선, 비교, 잡다한 에피소드들에 그렇게 마음을 쓰고 있었나.
더 이상은 그런 대에 내 소중한 에너지랑 시간을 낭비하는 게 본능적으로 너무 아깝더라고.
이제야 왜 그렇게 수많은 현자들과 철학자들이 이제는 깊은 숙고 끝에 스스로를 발견해 보고,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더라고.
에이~ 그렇다고 그게 가족이고 회사고 인간관계고 다 내팽개치고 일단 나만 생각해라 이런 뜻은 아니지. 뭐 물론 정 필요하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다만 여기서 말하는 포인트는 굳이 그렇게 하드코어로 갈 필요도 없어.
그냥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살아가는 나만의 내 삶에 있어서,
그 비중으로 보자면 겉 껍데기에 불과한 요소들에게 행여 조소를 받진 않을까 오해를 사진 않을까, 어떻게 생각할까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내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건 너무 아깝다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외려 시간이 흐른다는 저 두 가지 불쾌하게 다가왔던 의미들이 천국으로 가는 열쇠 같이 느껴지더라고 ㅋㅋㅋㅋ
어차피 모든 것은 스쳐지나갈 것이고 내 남은 시간은 점점 사라져 가는데 실패 좀 하면 어떻고 그 과정에서 쫑크 좀 먹으면 어떠냐.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건 내 삶에 내가 무엇인가를 남겨간다는 의미와 여정, 작게라도 쌓여가는 발자욱들이지.
다른 걸 볼 것도 없이 지난 우리 시간을 돌아보면 이제 와서 든든히 남은 것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를 위해서 차곡차곡 쌓아왔던 것들 뿐인 것 같지 않냐? ㅋㅋㅋ
그 중간 과정에서의 쪽 팔림은 정말 이제 와서 보면 하등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스스로를 위해 조금씩이라도 쌓아두었던 것들만, 정확히 딱 내가 해둔 그마만큼만 남아 있더라구 지금 보면.
그러니까 우리 이제는 좀 더 홀가분히 내 마음한테 더 관대하고 자유롭게, 바라던 시도를 이것저것 해보자.
더는 놈들 눈치 볼 시간이 안 남았다.
어차피 우리는 누가 하지 말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성실히 일하고, 성실히 가족을 부양면서 살 거야. ㅋㅋㅋ 그러니, 이제 내 마음이 남은 시간 쫌 요거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는 것도 쿨하게 받아주자 셀프 검열 그만 좀 하고.
아 뭐 집 팔아먹는 거 아니면 실패 좀 해도 돼. 아니, 사실 실패라는 게 어딨어 그냥 그 여정 자체가 내 삶을 풍성하고 더 깊은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거 아니겄냐? ㅎㅎㅎ
이제 10년, 20년이 흘러 돌아봤을 때, 아하~ 내가 즐겁게 쌓아온 것들이 이렇게 있구나 하는 것 하나 정도는 정말 그게 뭐가 되었든 마음 프리하게 받아주고 만들어나가 보자.
오키. 우린 그럴 자격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