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인생의 재미란, 뜨거운 열정이 넘치는 순간들이었다.
마치 단거리 전력 질주를 하듯, 이를 악물고 달릴 때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 발로 땅을 힘차게 박차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 추진력, 그리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 후 가쁘게 숨을 몰아쉴 때 심장의 쿵쾅거림에서 오는 짜릿함을 사랑했다. 생동감 넘치고 활기찬 그 순간들. 마치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열정을 남김없이 불태우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살아있음을 느끼는 방식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고, 전력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녀의 삶은 열정으로 가득 찼고, 그녀 자신은 그 열정의 불꽃 속에서 활활 타올랐다.
그러나 그 박진감 넘치는 인생에도 한 가지 단점이 있었다. 뜨겁게 열정을 태우는 것은 좋았지만, 그 속에서 성과나 성취라 할 만한 결과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쉽게 도전하고, 쉽게 불타오르며, 또 쉽게 포기했다. 한 번은 건강하고 멋진 몸매를 만들겠다며 운동을 시작했지만, 수영, 플라잉 요가, 필라테스, 폴댄스 모두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내와 끈기, 꾸준함으로 무장한 남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남자의 삶의 방식은 그녀와는 완전히 달랐다. 남자는 마라톤을 선호했다. 오늘도 달리고, 내일도 달려야 한다는 신념으로 체력을 분배하고, 한 번에 모든 걸 쏟아내기보다는 꾸준함과 지속적인 노력을 더 가치 있게 여겼다. 그의 가치관은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나아지는 것’이었다.
여자는 생각했다.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가는 걸까?’
남자의 삶의 방식은 그녀에게 지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의 생활 패턴은 매일 변함없이 집과 회사뿐이었다. 별다른 취미도 없고, 술도 마시지 않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모든 걸 한 순간에 불태우며 살아가는 반면, 남자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갔다. 여자가 지금의 순간에 집중해 가슴이 뜨겁게 타오를 때, 남자는 내일을 준비하며 자신의 에너지를 분배하고 관리했다.
처음에는 이 차이가 여자의 마음에 커다란 간극을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남자의 방식을 점점 이해하게 되었다.
남자를 만나고 나서 여자의 삶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인생에도 성취라 부를 수 있는 결과물들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국가 자격증 3개 취득, 수영 마스터, 푸시업 10개 성공, 브런치 작가 승인 등. 남자의 꾸준함은 그녀에게 새로운 삶의 지혜를 가르쳐 주었고, 여자는 그 속에서 인생의 또 다른 깊이를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잊을 수 없는 ‘남자의 말’들이 있었다. 그의 말은 그녀의 신념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았다.
“너무 열심히 하면 안 돼.”
“자격증은 돈으로 사는 거야.”
“왜, 너는 네가 원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그의 말들은 그녀의 가슴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여자는 생각했다.
‘그의 말들이 나의 인생을 이렇게 변화시켰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 말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그의 말들을 글로 남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은수에게 한 줄기 빛이 되었듯,
이 글이 또 다른 이에게도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는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