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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연 Sep 06. 2024

노력이 체질

조울증 소녀가 사랑한 것들 10



드라마 러버


  나는 하루에 몇 번이고 누웠다, 앉았다 하기를 반복한다. 앉아있을 땐 당연히 글을 쓰고 누워있을 땐 드라마 보기를 즐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보단 드라마를 좋아했다. 그런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멜로가 체질’. 기존 드라마와 다른 형식이라 마치 극 중 인물들끼리 떠드는 걸 구경하고 있는 듯한 느낌의 드라마. 나는 하나에 빠지면 주변에서 나를 부르는 것도 모를 정도로 깊게 빠진다. 이 드라마도 그랬다. 2번은 기본이고 3번, 4번을 다시 볼 정도. 개다가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번 더 돌려봤더니 이젠 대사까지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이 드라마를 이렇게 여러 번 보는 이유. 주인공이 작가라는 점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극 중 진주는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고 또 쓰고, 유명한 작가의 보조작가까지 하며 노력한다. 문득 든 생각. 모두 다 저 정도는 노력하는구나. 나는 지금까지 내가 들이는 노력이 나의 최선이고 이보다 더 열심히 할 순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사실 굳게 믿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당연했다. 나는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까. 근데 아니었다.   글을 쓰기 위해 자퇴한 건 아니지만 글을 열심히 쓰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꿈을 찾고


  나는 심지어 나태해지기도 했다. 작지만 공모전에 2번 당선되었다. 입상하지는 않았고 제일 기대 중인 큰 공모전은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불안했던 마음이 좀 가라앉은 걸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식고 글감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공모전에 당선된 적이 있다고 이렇게나 나태해 지다니.


  한 가지 더 찾자면 ‘뜻하는 바가 있는가?’였다. 글을 쓰고 있지만 무얼 위해서 쓰는 건지 단 한 번도 생각을 안 해본 것 같다. 단순히 공모전에 당선되기 위해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당선된 후에는? 작가가 되고 난 후에는? 작가가 되는 걸 꿈꿔본 적이 없는데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뭔가 엄청난 모순이었다.

  그러다 다시 글에 대한 열망을 심어준 게 바로 이 드라마다.


  드라마 작가가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고 드라마 작가 되기를 꿈꾸는 것. 마치 의학 드라마를 보고 의사를 꿈꾸는 흔하고도 보편적인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좀 달랐다. 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우연히 길가에 핀 꿈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 드라마를 쓰면서 뿌듯한 날이 많아졌다. 나의 목표는 매일 10신씩 쓰기. 어쩌다 11신을 쓰면 너무 기분이 좋다. 꿈에 가까워진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처음 알았다.



노력이 체질


  아직도 나는 글이 쓰기 힘들 때 ‘멜로가 체질’을 본다. 진주가 하는 말에 위로를 받고 혜정이 하는 말을 귀담아듣는다. 멜로가 체질에 나오는 모든 말이 위로고 교훈이 된다. 진주도 글을 쓰니 나도 써야지. 범수 감독도 대본을 저렇게 많이 읽는데, 작가인 나는 더 많이 읽어야지 싶었다. 나도 내 글을 계속 읽고 수정하고 수정하고 수정하게 된다. 시놉을 더 구체화시키고 대사를 더 알차게 바꾸고 캐릭터를 더 신선하게 만들고. 수많은 수정 끝에 완성된 원고를 읽을 때 가장 기분이 묘하다. 그렇게 수정했는데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과 이 정도면 최선을 다 한 것 같다는 생각이 한 번에 들기 때문이다.


  그럴 땐 보통 전자를 택한다. 혜정의 대사 중 이런 말이 있다. ‘글은 수정하면 무조건 좋아진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과 깡이 필요하다.’


  혜정의 말이 계속 생각난다. 사실 생각이 날 만큼 많이 봐서 일지도 모르겠다. 혜정의 대사를 보다 보면 마치 경력 많은 작가의 충고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떨 때는 꼰대 같다가도 어떨 때는 정말 필요한 말을 골라서 해주는 좋은 사수 같기도 하다. 그런 혜정의 말들을 듣고 있으면 당장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역시 경험은 못 속이나 보다.


그냥 쓰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잘 쓰고 싶어 진다. 잘 쓰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노력할 게 생긴다는 것에 감사하며 지낸다. 에너지가 남았는데 아무도 찾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얼마나 속상한 일인지 조금 알고 있다. 많이 알기엔 조금 어린 나이라서.


아무튼 남는 에너지를 쓸 곳, 꿈이 있다는 게 참 좋은 것이라는 거. 에세이 하나를 쓴 지금의 나는 30분 전의 나보다 에너지는 사라지고 꿈에는 한 층 더 다가갔겠지.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자라다가 노력이 체질이 될 언젠가를 그려보며 오늘 생각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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