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소녀가 사랑하는 것들 | 16
혼자
혼자가 싫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혼자 있는 시간이 싫은 게 아니라 내 삶이 외로운 느낌이 싫다. 친구들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언제 날 떠날지 몰라 불안해하는 날이 많았다. 친구에게 말실수를 하면 친구가 나를 떠날까 봐 하루종일 걱정하다가 새벽에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길 정도로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다. 난 혼자가 될 거라는 생각이 나를 삼킨 기분이었다.
불안
사실 내가 혼자가 되는 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동안 친구들이랑 지내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정도였는데 병원에서 종합검사를 하며 그림 심리상담 같은 걸 받고 깨달았다. 직접 그린 집을 설명하는 도중 눈물이 흘렀다. 결국 집 안에는 나 혼자 남게 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결국 한바탕 울어 버렸다.
친구
깨달은 후에도 문제는 지속됐다. 의미 없는 불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맘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기복은 있었지만 사라지지는 않는 불안. 그런 불안을 많이 진정시켜 준 친구가 있다. 매일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용건이 있을 때만 짧게 얘기하는 사이. 1년에 두어 번 보는 사이. 그런데 어색하지 않은 사이. 그 친구에게 정말 배운 게 많다. 연락이 없다고 해서 미워하는 게 아니고 만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하는 게 아니라는 것. 그저 그런 100명의 친구보다 깊은 친구 1명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에 대한 집착이 사라졌다.
날 어둠에서 끌어내 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꼭 전해주고 싶다.
다들 꾸준히 내 곁을 지켜주는 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해주길 바란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그런 친구가 될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