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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연 Oct 11. 2024

나를 사랑하기

조울증 소녀가 사랑한 것들 | 13


나를 사랑하는 일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존재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 안에 ‘나’라는 존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하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사랑은 곧 무너질 젠가와도 같다. 게다가 젠가가 무너져도 뭐가 문제였는지 모른다. 그렇게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같은 이별을 반복하기 마련이다. 진짜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남에게 줄 사랑도 생겨나는 법이다.


  견고한 젠가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다. 겉보기엔 쉽고 간단해 보여도 잠깐 삐끗하면 무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층, 한 층 조심히 쌓아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일이 바로 견고한 젠가를 만드는 방법이다. 대충 훑어보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나는 정말 어떤 사람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쓰는 글, 일기를 쓰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저번에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를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꽤 중요한 일이다. 사실 ‘나’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 사회생활 등등 모든 면에서 객관적인 시선은 필요한 법이지만 오늘은 ‘나’에 초점을 맞춰 얘기해 보자.



자존감


  지금까지 모든 회차에서 멋있는 척 늘어놓은 말들은 어쩌면 내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일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조금 찔린 적도 많았다. 사실 나도 하지 못하는 것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에.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나는 매주 글을 쓰는 것도 벅차 죽겠는데 객관적인 시선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많이 힘들겠지만 나를 사랑하는 일만큼은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꼭 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를 사랑하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이 자존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성공했을 때 그로부터 오는 성취감과 뿌듯함이 물 밀듯이 밀려올 때 크게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운이 좋았어.”라고 말하는 사람과 “열심히 노력한 결과야.”라고 생각하는 사람. 전자는 지금 이 성공이 나의 실력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후자는 열심히 노력해 온 자신을 알고 있다. 내가 최선을 다했으며 그에 대한 대가를 받은 것이라고. 자존감 하나가 마인드 컨트롤에 주는 영향은 엄청나다.


  나는 유리멘탈이다. 툭하면 깨지는 자존감을 다시 키우는 일은 엄청나게 힘들다. 공모전에 응모하면 결과 발표가 날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마침내 결과가 나왔지만 떨어졌을 때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의심한다. 이 길이 정말 맞는 걸까라는 생각과 지금이라도 다른 걸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게 말실수를 하면 밤에 자꾸 떠올라서 잠을 잘 수가 없다. 흔히 말하는 이불킥 흑역사들은 매일같이 나를 괴롭힌다. 고작 18년, 만으로 17년밖에 안 살았는데 흑역사는 백만 개가 넘는 기분이다.


  그만큼 약한 나도 최근 자존감 올리기를 시작했다. 연휴 동안 푹 쉬면서 생각해 본 결과 내 마음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공모전에서 떨어져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말실수를 한 날에는 친구에게 꼭 다시 사과하고 이불킥 흑역사는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한 발판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을 지키고 키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할 준비를 마쳤다.


  우스갯소리로 외로울 때 더 외로운 사람을 보면 괜찮아진다는 말이 있다. 이렇게 약한 나도 다시 일어서는 방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까지도 꼭 나 자신을 꼭 안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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