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울증 소녀가 사랑한 것들 | 14
지루한 일
평소 독서를 즐겨하는 편인가? 나는 아니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야 좋다고들 하지만 난 책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지금도 엄청난 양의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조금씩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한다. 책, 독서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게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읽고 읽어도 줄지 않아 막막하기도 했다. 책을 굳이 읽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 때문에 어릴 적 쓰던 독서록은 내가 제일 싫어하던 숙제였다. 독서록이 너무 쓰기 싫어서 요약본을 보고 따라 쓰기도 했다. 아마 이때부터 잔머리가 굴러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렇게 죽어도 책을 읽지 않던 나는 결국 재밌는 영상과 인터넷 중독에 가까운 도파민 추구자가 되었다. 이제 내 인생에 책은 없으리라 다짐하며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독서라는 분위기
하지만 그런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무렵.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루하다고 생각하던 글을 직접 쓰게 되다니 웃기기도 했다. 나름 혼자 소설을 써 보겠다고 노트북을 두드렸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았다. 단어와 문장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내가 원하던 분위기도 나오지 않았다.
뭐가 문제일까 고민했다. 내가 원했던 분위기는 무겁고 굵직한 분위기였지만 지금 내 글은 너무 가벼워서 날아가버릴 정도였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어휘력이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단어가 다르면 분위기도 달라지는 법. 그걸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책을 배척해 버린 탓에 어휘력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그 지루한 책. 읽어보자.
게임 대신 책
이제는 나름 문학에 발을 담그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글을 쓰고 읽고 검색해 보며 어휘력을 기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분위기에 적합한 단어를 고르는 일에 능숙해졌고 이를 꾸준히 연습하며 완벽한 글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요즘 학생들의 독서량이 심각하게 낮다는 말을 종종 뉴스에서 본다. 짧고 굵은 영상들, 인터넷에 널린 도파민 가득 글들을 보며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는 세대가 되어버린 것 같다. 마치 글을 쓰기 전의 나처럼 말이다.
나 역시도 자극적인 것들을 전부 차단하고 사는 건 힘들겠지만 모니터 대신 책을 보는 시간을 만드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다. 가끔은 피시방보다 서점을 가고 가끔은 쇼핑하러 가기보다 도서관을 가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