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서로를 선인이나 악인으로 규정짓는다. 이 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으니 악하고, 또 저 사람은 저런 행동을 했으니 선하고, 근데 저 사람이 평소에 했던 행동은 선했으니까, 저 사람은 종합적으로 봤을 때 선한 사람일 것이고… 도대체 선인과 악인을 가르는 선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선한 행동이나 악한 행동을 어느 정도 해야 선인이나 악인이 되는, 그런 기준이 존재하는가?
애초에 우리가 하는 행동을 선악으로 판별하는 기준은 과연 합당하며, 그것은 얼마나 명확할까?
선악이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다. 단지 선악은 사회구성원들의 이기적인 목적의 일치이자 합의로 이루어진 개념이다.
물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한 본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특정한 행위들이 아무 이유 없이 절대적인 선의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이유가 있기에 사회적인 의무성을 띠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을 따라야 한다는 사회적인 의무는 단순히 절대적인 개념의 영향이 아닌 사람들의 이기적인 목적에 의한 원초적인 합의에서 온다. 이는 사람의 본성을 애초에 선악으로 나누거나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고대 중국의 제자백가, 맹자나 순자의 성선설과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을 선하거나 악하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이 두 가지 이론은 겉보기에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두 가지의 동일한 주장을 전제하고 있다.
하나는 사람의 선천적인 본성을 선악이라는 보편적인 기준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을 둘러싸는 환경으로 인해서 본성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두 번째 전제가 첫 번째 전제를 뒷받침하므로, 나는 두 번째 전제에 대해서 논박해보려 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 언제나 선하거나 악할 수는 없다는 사실은 모두가 체험적으로 경험해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 현상에 대해서 성선설과 성악설이 내놓은 답은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었다.
예를 들어,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는데 무조건 사람이 선하지도 않다고 했다. 어떤 말이냐면, 인간의 선천적인 본성은 선한데 주변 환경(법, 가정사, 사회구조, 교육 등등)이 돌아가는 꼴이 이상하면 선한 본성도 후천적으로 악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환경이 인간의 본성에 끼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그러나, 악해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 선한 본성의 인간이 주변 환경에 의해서 악해진다는 것이 과연 가당한 소리일까? 모두가 어릴 적에 겪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서 사이코패스가 되지도 않을 것이며, 누구는 그대로 선한 본성으로 유지하고 누구는 또 이 사건 이후으로 악해질 수도 있다. 이런 현상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악해질 가능성이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인간의 본성이 완전히 선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반대로 순자의 성악설도 마찬가지이다.
즉, 인간의 주변 환경은 단지 인간에게 내제된 본능을 표출할 뿐이지, 인간의 새로운 본능을 만들어내거나 변화하게 하는 역할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인간이 선한 행동을 하고 어떨 때에는 악한 행동을 하는 것은, 단순히 인간의 본성이 완전히 선하거나 악할 수는 없다는 점에 귀결한다. 그리고 이는 선악으로 구분하는 기준이, 인간이 생물학적인 본성(이기적 유전자)에 따라 행동하는 패턴과 어긋나는 것과도 맞아떨어진다.
정리하자면, 인간의 본성은 선이나 악으로 온전히 설명할 수 없으며 단순히 생물학적인 이기심에서 파생된다. (여기서 말하는 이기심이란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나쁜 이기심'이 아니다. ->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 참고.)
왜냐하면 선악이라는 개념에서 인간의 본성이 파생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생물학적인 이기심에 따른 인간의 본성에 의해 선악이라는 개념이 파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악의 개념만으로 인간의 본성을 설명하고 판단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
선악이라는 기준은 인간이 이기적인 본성에 따라 안정적인 공동체를 영위하기 위해 점점 형성되어 온 것이다. 사람들이 이타심이나 공감능력 등을 점점 발달해 온 것은 다른 이를 물론 배려하기 위해서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또한 개인의 행복을 위해 공동체의 규칙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이기심은 전혀 악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선악이라는 개념은 이러한 본성으로 인해서 파생되었고, 본성을 설명하거나 그 이전에 존재할 수도 없다.
그러면, 당신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마치 악담을 하는 것 같고, 실제로 이 말은 모든 사람에게 통용되는 조건이기에 의미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선인과 악인을 구별하는 것을 반대하지는 않는다. 선악이라는 기준은 거의 언제나 필연적이고 편의적이기에.
다만 우리가 누군가를 선하거나 악하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그 사람이 '완전히' 선하거나 악하지는 않으며
날 때부터 혹은 죽을 때까지 그러리라고는 단정 짓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