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었는가
계단을 오르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이전부터 알고 있었고, 늘 운동 부족에 시달려 집에 돌아갈 때만큼은 종종 계단을 올라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러나 그런 의지는 '괜히 계단을 올랐다가 피곤해서 저녁 시간을 망칠 거야', '괜히 내일 더 피곤해서 손해를 볼 거야' 같은 합리화에 가로막혔다. 그런데 요즘에는 거의 매일 계단을 오르내린다. 그 이유는 계단과 복도에 있는 모기를 잡기 위해서다.
전자 모기채를 하나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벽과 천장에 붙어 있는 모기들을 잡는다. 일단 모기를 잡는 건 꽤 재미있다. 또 내가 이렇게 모기를 열심히 잡으면, 내 아이를 물 수도 있었을 한 마리를 죽이는 셈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모기도 잡고, 아이도 지키고, 내 건강도 챙기니 일석삼조다. 그러니 매일 계단을 오르게 된다. 몇 년간 마음은 있어도 안되던 일이 비로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계단 오르기가 가능해진 건 어디까지나 '건강 챙기기'가 아니라 '모기 잡기'라는 부수적인 의미 덕분이다.
- p20~21,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
그러므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좀처럼 잘 안된다면, 거기에 다양한 목적을 덧붙여 보면 좋다. 운동을 하고 싶은데 잘 안되면, 운동하는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듣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된다. 책을 읽고 싶은데 잘 안되면, 책 읽는 시간이 나의 강아지를 쓰다듬어주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요리를 하고 싶은데 잘 안되면, 요리하는 시간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사실, 많은 중요한 일이 그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아니, 많은 중요한 일이 그런 식이 아니면 아예 이루어지지 않기도 한다.
- p22~23,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정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