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노애락
나는 원하는 업을 해 볼 수 있다면 어떤 근무환경이든, 심지어 연봉이 낮아도 괜찮다는 생각이였다.
그래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해서 졸업 전 바로 취업이 되었던 점은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부모님과 교수님은 너무 작은 규모의 회사에 들어가는것이 아닌지, 그렇게 급하게 갈 일인지 걱정을 하셨다. 돌아보면 부모님과 교수님의 걱정이 일리가 있는 말씀이셨다.
'작은 규모의 회사.' 흔히 말하는 중소기업. 여의도에는 중소기업이 없을까?
여의도 금융권 이라는 이름의 포장지에 가려진 중소기업이 여의도에는 꽤나 많다. 다만, 큰 증권사들과 금융기관들의 덩치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이다. 나는 그런 금융중소기업에서 근무를 했다.
이때 신입사원으로써 제일 아쉬웠던점은 연봉은 둘째치고, 교육이였다.
아무리 대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고,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도 실무을 대하면 낯설고 곤혹스럽기 마련이다. 특히, 금융업은 단계별로 업무의 크기가 잘개 쪼개져 있고 돈의 흐름에 따라 접촉해야하는 담당자의 수가 계속 늘어났다. 그래서 내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자격증이 크게 도움이 되냐 라고 한다면
도움은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같이 일하는 사수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며, 가능하다면 회사차원에서의 전문적인 교육이 뒷받침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아보였다.
하지만, 금융중소에서는 그런게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회사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였다.
물론 교육을 받고싶다면 외부기관의 교육을 받게는 해 주지만 그간의 업무공백(입사 1년 미만 직원에 의한 업무공백이 생길정도로 인원이 많지 않다.) 에 눈치가 보여 교육을 받으러 가기도 힘든 환경이고 교육 받고자 대표님 결재를 한번 받으려면 왜그렇게 자리에 안계시는지...는 참 아이러니다.
대기업,공기업의 OJT가 왜그렇게 부러웠는지. 연수원이라는 곳에 가서 동기들과 함께 친목을 다지고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해 주는 그런 체계가 참 부러웠다. 간식하나, 종이가 아깝다며 이면지를 쓰라는 대표님의 지시를 건네들을때 마다 '아 대표니까 그럴수 있지' 싶다가도 직원에게 박하게 구는듯한 모습에 서러움으르 느낀건 사실이다. 그런 사소한 부분들이 쌓이면서 바탕화면 한켠의 사직서 양식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날이 늘어가고, 결국은 회사를 박차고 나오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의 장점으로 흔히들 뽑는 넓은 업무범위로 인해서 일을 배우기 좋다는 부분.
맞다. 큰 회사였으면 두개의 부서이상이 나눠서 할 법한 일을 일개 주니어 직원이 직접 들여다보고, 건들여보고, 진행해 볼 수 도 있으니. 하지만 굉장히 조심해야할 부분은 그에 따른 책임도 다이렉트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였다. 제일 서러운점은, 내가 한일이 아니고 내 사수가 했던 사소한 실수나 업무의 공백에 대한 책임을 나에게 묻는 부분이였다. 처음에는 의리로, 사수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타 부서의 질책을 내가 대신 받아들이고 사수에게는 전달하지 않은채 묵묵히 넘어가곤 했다. 다만 나도 사람인지라 두번 세번 이상은 하기가 힘들어 사직서를 쓰기도 했나보다.
여튼, 전반적인 글의 분위기가 부정적이고 씁쓸한 느낌인데 회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대부분의 감정을 떠올려 적는 글이고 찾기 어려운 점을 억지로 찾아 긍정적으로 쓰는 글은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그닥 도움이 안될것 같다. 취준생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