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때 내가 죽으려고 한 거 미안해. 엄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 엄마. 용서해 줘. 그리고 이렇게 잘 키워내 줘서 고마워 엄마."
나는 엄마에게 평생 죄인이었다. 나는 엄마를 두 번 죽였다.
그 죗값을 덜어내고자 나는 점점 삶에서 멀어져 가는 엄마에게 꼭 저 말을 해줬어야 했다.
엄마의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엄마가 떠나기 전 마지막 말을
엄마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그 말을 하기까지 한 달을 고민하고 용기를 냈어야 했다.
'다음에 엄마한테 꼭 해줘야지 이 말...' 몇 마디 문장을 건네는 게 뭐 그리 어려웠을까.
엄마가 내 말을 듣지 못하고 떠난다면 엄마 가시는 그 길이 너무나 힘들 것 같아서
그 말을 하지 못하면 나는 평생 동안 후회할 것 같아서....
엄마가 떠나실 그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그렇게.
자식들에게 끝까지 짐이 되기 싫었던 엄마였다.
자식들에게 누구보다 더 헌신적인 엄마였다.
따스한 말 한마디, 다정한 표현조차 할 시간도 없이
가장의 무게까지 고스란히 짊어지고 살아낸 엄마였다.
세상에서 가장 장한 어머니상을 받아도 마땅한 우리 엄마.
엄마가 되어보니 두 부부가 함께 해도 육아는 내 삶에서 가장 힘들고 고된 일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혼자서 아빠의 몫, 엄마의 몫을 함께 해야 했으니
누구보다 치열하고 강하게 살았으리라.
곱디고운 얼굴에 외소한 체격에 그 강인함은 8남매라는 엄마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엄마라는 그 두 글자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했으리라.
세상의 모든 엄마는 완벽하지 않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가정을 이뤄 살고 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함께 사는 것을 끝까지 거부한 엄마였다.
8남매 중 함께 살고 싶은 자식이 있었으나
엄마가 제일 애틋하게 사랑하는 그 자식은 절대 엄마를 모실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엄마는 그렇게 믿고 사랑했던 자식이 그런 태도를 보였어도 서운함을 티 내지 않았다.
그저 감싸주고 이해해주고 싶었으리라.
작은 시골 한적한 집에서 엄마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티브이를 보고...
어느덧 자신의 힘으로조차 화장실을 가기 조차 어려운 때가 왔다.
그리고 엄마는 요양원으로 입소를 했다. 그리고 6개월 후 엄마는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엄마의 시간은 그렇게 무너져 가고 있었다.
사랑하고 철썩 같이 믿었던 자식조차 자신을 버렸다는 그 마음의 절망감이
삶의 의미를 잃게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마는 또 그 아픈 상처를 혼자 끌어안으며 버티셨겠지.
온통 자신의 삶을 갈아서 키워낸 자식들 중 그 누구도 엄마를 모셔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누구나 늙으면 요양원으로 가는 것이 당연함으로 여기는 요즘 세상이기에...
나조차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 삶을, 내 가족들이 엄마와 함께 하게 된다면...
자신이 없었다. 정말 자신이 없었다.
내 삶이 엉망진창이 될 것 같아서 서열 막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고 숨어 버렸다.
엄마의 모습이 곧 닥쳐올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시부모님을 다 모시고 살았던 언니들조차 자신의 친정엄마는 외면했다.
형부, 언니들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남에 부모는 그렇게 힘들게 모시다 보내드렸으면서
정작 자신의 엄마는 다 외면했다는 것이.
형부들은 어떤가. 자신의 부모는 당연히 모셨으면서
사랑하는 아내의 엄마를 외면했다. 그 부분에 조금은 화가 났다.
하지만 모셔봤기에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지 예상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거동조차 불편한 엄마였기에....
사실, 나는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불평을 털어놓을 처지도 못되었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면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뭘 할 수 있다고...'
난 그저 침묵했어야 했다. 어쩌면 가장 비겁한 것은 나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그렇게 자신의 자식들에게 버려졌다.
우리도 그렇게 버려질 것이다.
삶은 누구도 나를 책임져주지 않을 것이기에...
엄마는 "나 요양원 가기 싫어."라고 요양원 입소하는 날 그렇게 말하고 우셨다고 했다.
(나는 요양원 입소하는 엄마를 볼 자신이 없어서 그날 친정에 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잘 참아왔던 엄마가 내뱉은 그 말이 평생 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그렇게 요양원 그리고 요양병원이라는 섬에 갇혔다.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엄마는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엄마, 지금 와서 생각하니 우리는, 자식이라는 존재는 부모를 여러 번 살리고 죽이기도 하는 존재인 것 같아.
나는 엄마를 죽인 기억 밖에 나지 않아서 오늘도 눈물로 미안함을 대신하려 해.
엄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