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때 아이였을 때
어린 그 아이에게 엄마는 세상 전부였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엄마에게 자식은 평생 동안 세상 전부이고
목숨보다 귀한 존재일 테지만
아이에게 엄마는 한 때 세상 전부였을...
그러니 엄마의 그 끝없는 사랑을 어찌 따라갈 수 있을까요.
세상 어느 부모든
아이가 태어나면 자신의 존재가 한동안 사라진다는 것을...
나의 엄마는 8남매를 낳고 길렀으니
엄마 자신을 너무도 오랜 시간 잃고 살았을테지.
자식을 키워내는 그 시간 동안 당신 자신을 잊고 지냈을
세상의 모든 엄마들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의 엄마
진심으로 고생하셨고 감사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어린 시절 아이에게 엄마는 전부이자, 세상이며, 우주라는 것을.
엄마가 없으면 죽을 것 같고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게 되는
작고 조그마한, 아이들 모두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였을 테지.
이것이 어린 시절 아이의 본능일지는 모르겠으나
8남매의 막내였던 나 또한 엄마의 존재가 세상 전부였다는.
낮잠을 자다 깨었는데 엄마가 없으면 울면서 엄마를 외쳤고
엄마가 내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어렴풋한 기억.
몇 안 되는 조그마한 시골 동네에서 나의 울음소리와 엄마를 부르던 소리는
엄마가 어느 집에 있던 엄마를 소환하게 했었는데...
엄마는 그때마다 달려와 왜 우냐고 하면서
반은 웃음으로 반은 더 머물다 오지 못한 아쉬움을 보였지.
엄마, 나는 엄마가 내 옆에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었고 세상 무서울 것 없었어.
내게 엄마는 언제나 일 순위였으니까.
환경적으로 어려웠던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챙기고 집안일을 해내야 했지만
나는 엄마의 수고스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어.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의 얼굴이 밝은 웃음으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고등학교 진학의 기로에서 실업계를 선택한 것과
대학 진학을 애초부터 포기한 그 모든 선택들도
고생할 엄마를 생각하니 차마 그 길을 갈 수 없었어.
그리고 무조건 빨리 돈을 벌어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
첫 월급을 타서 처음으로 엄마에게 옷 한 벌과 용돈을 드리던 날
엄마는 그 조그마한 애가 이렇게 자라 제 스스로 번 돈으로
선물과 용돈을 주었으니 얼마나 기특하고 대견해 보였을까.
한동안 엄마는 이 동네 저 동네 자랑을 하고 다니셨지.
언제나 나는 나보다 엄마를 먼저 생각하는 딸이었는데.
엄마는 늘 내게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사람이었으니까.
엄마가 덜 힘들면 좋겠었고
하루종일 논과 밭을 무릎이 부서 저라 발이 부릅뜨게 쫓아다녔을
고생한 엄마가 조금 더 일찍 잠을 잤으면 좋겠었고
엄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었고
아빠 없이도 더 행복했으면 좋겠었고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내 곁에 머물러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 하나였어.
그랬어. 그런 마음이었어. 엄마를 향한 그 시절 막내딸의 마음은.
내게 엄마는 무엇을 하든 나보다 엄마를 더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였어.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마음이지만.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늘 먼저였던 그런 딸이었는데.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늘 애틋한 나름 효녀로 자랐는데.
내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기 전
두 아이의 엄마가가 되기 전
가정을 이루기 전 까지는...
그때까지는 엄마는 내게 언제나 일 순위였어.
아직도 기억이 남아있는 내 어린 시절을 끄집어내어 보니
어린 시절 나는 유독 엄마 껌딱지였더라고.
엄마가 어딜 가든 늘 따라다녔던...
그런데 내가 한 가정을 이루면서 내게 엄마의 순위는 점점 밀려났고
나는 내 가정을 챙기느라 엄마라는 존재를 종종 잊고 살았어.
그리고 지금은 그 껌딱지였던 딸이 엄마 없이도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왠지 슬픈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엄마가 되어보니 자식이 커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어.
엄마도, 우리 엄마도 엄마였으니까 그랬겠지 엄마?
지금 여기는 많은 눈이 내려서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뒤덮였어.
내 마음이 온통 엄마의 세상으로 뒤덮인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