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향기를 찾아

by 김성희

엄마가 떠나신 후 그리움의 감기 기운

목에 걸려 멈추질 않네.

- 중략-

이토록 오래 쓸쓸할 줄이야.

엄마라는 그리움의 뿌리가

이토록 길고 깊을 줄이야.

<그리움의 감기 중에서 [이해인]>


언제쯤이면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옅어질 수 있을까요?

세상에 그 어떤 향기보다 은은하고 따뜻한 엄마의 향기가.

엄마의 부재가 이토록 쓸쓸하고 그리움으로 다가올 것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엄마가 없는 시간 속에서도

언제나 엄마를 찾게 되는 것을 보면

엄마는 시간이 지나도 잊힐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해인 수녀님의 글처럼 엄마의 뿌리는 길고도 깊다.

엄마의 자궁에서부터 연결된 탯줄처럼

살아 숨 쉬는 모든 시간 동안 엄마는 그렇게 나의 삶 속에

볼 수도 잡을 수도 없지만 세상 가장

단단한 줄로 나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예쁜 우리 엄마는 유난히 꽃들을 좋아하셨지.

엄마의 마당은 늘 계절마다 꽃을 피웠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는 그 계절사이로

엄마의 그리움은 짙어만 간다.

수국을 특별히 좋아했던 소녀 같았던 엄마의 모습.

바람에 날리는 눈꽃송이처럼

수국 꽃잎의 흐트러지는 계절이 찾아오면

엄마의 마당에서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을 것만 같다.

엄마는 그렇게 살랑이는 봄바람을 타고 내 볼을 스친다.


엄마의 마당에는

가지런히 자라나던 고추, 가지, 상추, 시금치, 대파와 같은

푸르른 채소들을 다시는 볼 수 없겠지.

지금 쯤이면

이름 모를 잡초들이 얼었던 땅을 헤집고 나와

봄을 알리는 연둣빛 얼굴을 내밀고 있겠지.

주인의 손길이 끊어진 꽃나무들은

엄마 없이도 자연의 기운을 받아

올해도 꽃을 피워내기 위해 꽃봉오리를

살그머니 밀어내고 있을 테지.


장독대 뒤안길에는

엄마가 남기고 간 고추장, 된장 간장들이

시골의 향기를 그대로 품고 있겠지.

제비꽃은 자갈들 틈을 비집고 나와

빼꼼히 귀여운 얼굴을 내밀고 있겠지.

눈을 감고도 엄마의 마당이 그려진다.

그 길을 따라 엄마의 동선이 그려진다.

엄마의 집은 엄마 없이도

엄마의 풍경들로 가득 채우고 있다.


분홍색 저고리, 단아한 엄마의 영정사진

아빠를 먼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엄마가 미리 찍어놓은 영정사진.

자식의 눈으로 보았던 엄마의 삶은 참으로 거칠었지만

사진 속 엄마의 모습은 그 삶과는 전혀 다른

너무나 곱고 여린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다.

거친 삶의 파도에서도 자신만의 인생꽃을 피워낸

아름다운 엄마의 삶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세상 어느 꽃보다

세상 어느 향기보다

엄마의 향기는 아름답고 진하다.

오늘도 나는 불어오는 엄마의 그리움에 얼굴을 묻는다.

엄마와 나의 지나간 시간 속을 걷는다.


나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엄마라는 섬을 영원히 떠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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