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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TV문학 09화

마음의 온도

"폭군의 셰프"를 시청하고 나서

by Unikim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역사는 우리의 미래를 열어 주는 귀한 지침서이기 때문에 난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보는 것을 참 좋아한다. 우리네 역사들 중 나를 늘 안타까움으로 머물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건 바로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과 광해군의 이야기이다. 이 두 임금님의 이야기는 묘하게 닮아 있다. 이들은 총명한 임금이었고 예민하고 섬세한 임금이었고 글과 그림을 사랑했으며 정치적인 견해도 뛰어났으며 다방면에 출중한 분들이었다. 하지만 이 분들은 어머니를 일찍 여의었고 외로움을 많이 탔고 은혜하는 여인이 있었고 결국 그녀의 아둔한 배신으로 몰락했다. 만약에 이 임금님들에게 어머니가 살아 계셨더라면 중전의 위엄을 갖고 이 분들을 지켜 내었더라면 사랑으로 이들을 훈육했더라면 우리의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는 조선의 폭군 연산군과 광해군의 역사를 통해 어머니의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분들의 이야기가 들려올 때면 숨죽여 그 이야기를 읽거나 보고 듣는다. 그래서 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폭군의 세프"에 몰입하게 된 이유가....


하지만 여느 드라마와는 달리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에는 마음 한켠에 따스한 온기가 오래도록 머물렀다.
처음 ‘폭군의 셰프’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냉혹한 권력 다툼이나 치열한 주방 경쟁을 그린 이야기일 거라 짐작했다. 그런데 정작 그 안에는 음식이라는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녹여가는 인간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물론 셰프라는 단어가 주는 다정함이 제목에 녹아 있었지만 그래도 내심 걱정을 하며 보았다.

폭군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던 인물 그리고 그 곁에서 묵묵히 요리를 만들어내던 한 셰프.

처음엔 둘의 세계가 너무나도 달라 보여 쉽게 섞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이 둘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 준다. 차갑고 명령만 오가던 공간에 ‘한 접시의 진심’이 놓이는 순간 그 공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닌 마음을 건네는 일이다. 셰프의 요리는 폭군의 마음에 조용한 균열을 만들고 그 틈으로 따스함이 스며든다. 거대한 권력도 한 그릇의 수프 앞에선 흔들릴 수 있다는 설정이 처음엔 과장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심이란 본래 그렇게 조용하지만 강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까.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나는 혹시 너무 거창한 방식만을 생각했던 건 아닐까. 사실은 따뜻한 밥 한 끼, 사소한 배려, 진심 어린 한마디가 가장 깊은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폭군의 셰프"는 단순한 미식 드라마가 아니다. 권력과 인간성, 그리고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의 온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그 여운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잔잔히 퍼져나갔다.


"진심은 때로 한 접시의 따뜻한 음식처럼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또한 우리의 폭군은 동생을 위해 이 나라를 위해 욕망의 숙부를 다스리고 사랑을 찾아 미래로 건너와 달달한 로맨스를 남기며 이야기를 마친다. 폭군이 폭군이 아닌 현명하고 정의로운 임금님의 모습으로 그려졌다는 점, 시간을 초월하여 세기를 건너올 만큼 현명했다는 점 등도 네게는 따스한 온기로 다가왔다.


암투와 배신의 흑역사로 그려지던 사극이 아닌 밝고 의식 있는 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코믹한 요소가 가미된 사극이어서 더더 재미나게 보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마음의 온도는 얼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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