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6개월의 요양병원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뒤, 남편이 가장 기다리던 날이 있었다.
고등학교 동기들로 이루어진 당구 모임에 나가는 날. 얼마나 기다렸던 일인지 모른다.
남편의 50년지기 친구들은 경기도 요양병원까지 문병을 왔고, 그때 나도 함께 만난 적이 있다. 신혼 시절, 부부 동반으로 한두 번 본 기억이 있었는데 그 사이 모두 영락없는 할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건장하던 몸은 야위고, 백발이 성성한가 하면, 날렵하던 몸매 대신 배가 제법 나와 있었다. 세월은 누구도 비켜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들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고등학생 같았다.
그동안 기록한 승률을 보여주면서 서로를 놀리고, 웃고, 남편의 약을 바짝 올려놓으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남편 역시 오랜만에 환하게 웃으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시간 남짓 즐겁게 놀다가 헤어질 시간이 되자, 친구들은 “역에 가서 당구나 한 판 치고 가자!”며 남편을 약 올리듯 웃으며 자리를 나섰다.
그때는 몰랐다. 이 당구가 남편의 몸을 다시 움직이게 할 줄은.
그날 이후, 남편은 틈만 나면 유튜브와 TV로 당구 영상을 찾아보았다. 예전에 직접 그림까지 그려가며 연구했던 자신만의 당구 기술이 담긴 A3 용지 묶음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그걸 들여다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저 당구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기다려온 당구 모임이었다.
여전히 배변활동이 불편한 상태였던 남편은 외출을 거의 삼가고 있었는데, 그 모임만큼은 나가겠다고 했다. 의외였지만, 그만큼 간절한 마음이겠거니 하고 지켜보기로 했다.
남편은 그렇게 당구채를 들고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참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집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사람이, 당구장에 가서는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몸이 나아진 것도 아니었는데, 그곳에서는 아무 불편이 없었다고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할 때 몸마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말했다.
“내일부터 매일 당구장 가서 당구 치고 와.”
연습도 할 겸, 화장실도 덜 갈 겸.
남편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친구들과의 내기 당구를 위해 매주 한 번씩 연습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의기양양한 얼굴로 집에 들어왔다.
“나, 드디어 내 자리 탈환했어.”
그렇게 2인자의 귀환이 이루어졌다.
사람을 다시 움직이게 하는 것은 약만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그날 남편을 통해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