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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엄지 Jul 28. 2024

별들의 공원


오늘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8년째 되는 날,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는 납골당으로 향했다. 엄마는 이젠 만져볼 수 없는 얼굴 대신 유리 너머의 이름을 매만졌다. 차가운 도자기 속의 엄마를 바라보며 어린아이가 되어 그 자리에서 한참 울었다. 엄마가 엄마를 보며, 나는 엄마를 보며 같이 울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조금 진정이 되었는지 어릴 적 이야기를 해주었다.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함 없이 컸던 어린 시절, 엄마는 사랑받고 자랐구나.


“나는 결혼이 좋은 건 줄 알았어. 부부는 행복한 건 줄 알았어. 너네 할머니 할아버지 참 다정했거든. 밭 매러 갈 때도 손을 잡고 가셨어. 그래서 결혼을 일찍 했지. 내가 더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거든.”


“결혼한 거 후회해?”


“후회하진 않아. 너희들을 낳았잖아. 너네 낳고 키우는 거 정말 행복했거든.”


어딘가 텅 빈 것 같은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주름지고 새카맣게 타버린 손을 꽉 잡아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할머니,

오늘 밤 당신 딸의 꿈속으로 날아와주세요.

잘하고 있다고 내 딸 대견하다고 쓰다듬어 주세요.

어릴 적 받았던 사랑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그 사랑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오늘은 딸이 아닌 엄마가 필요한 밤이에요.

그러니 꼭 날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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