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졸업 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시골에서 젊은 날을 보내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서울도 별다른 건 없었다.
아주 적은 보증금으로 서울에서 집 구하기는 만만치 않았고, 돌고 돌아 몸 하나 누울만한 작은 원룸으로 계약했다. 이사를 도와준 부모님은 집을 둘러보고 내게 한마디만 하고 서둘러 가셨다.
“능력 없는 부모를 만나 네가 고생이구나.”
서울에 나를 두고 돌아가는 시골길에 차 안에서 우셨다고 한다.
일자리를 알아봐야 했다.
월세를 내고 서울살이를 유지하려면 돈이 필요했다. 넘쳐나는 아르바이트 자리와 계약직 자리. 시골보다 도시가 좋은 점은 하나였다. 구인구직 사이트를 뒤적거리며 수차례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보았다. 다행히 일자리는 구할 수 있었고, 1년 계약직으로 일하기로 하였다.
낯선 사람들과 생각보다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출근을 하고 퇴근을 하고,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다시 출근을 준비할 때 어느샌가 나는 무표정이 되어있었다. 회사에 가면 유독 나를 미워하던 한 사람. 아무도 없을 때 내게 다가와 험한 말을 쏟아내고 가던 한 사람. 그 사람이 내 입을 자꾸만 닫게 했다. 지친 마음을 부여잡고 집에 돌아오면 현관에 주저앉아 울었다. 하루 종일 잘 참아낸 눈물을 실컷 쏟아내었다.
주말마다 전화로 잘 지내는지 묻는 엄마의 전화도 피하게 되었다. 잘 지내는척하는 것도 힘겨웠다.
‘부재중 전화 3통’ 한 번만 더 전화가 울리면 받아버릴 거 같아서 메시지를 보냈다.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한참 후 답장이 왔다.
엄마가 돈이 없어서 미안해
힘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꿈을 꾸어도 돼,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도 돼
돌아오고 싶을 때 언제든지 돌아와도 돼
엄만 항상 여기에 있어.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거 잊지 마
아프지 말고 밥 잘 챙겨 먹어. 사랑해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