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때가 되었는데 안 온다. 갈 때가 안되었는데 간다.
세상에서 제일 눈치 없는 생리와의 싸움을 엄마와 나는 같이 하는 중이다. 언제 했는지 기억이 안 나 확인하여 보니, 대충 세 달쯤 넘어가는 중이었다. 언젠가 하겠지 하며 출근 준비를 했다.
밖으로 나서는 길 메시지 한 통이 와있었다.
‘엄마가 갱년기가 온 거 같다. 전화 한 통 해라.’ 아빠였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여자라면 누구나 오는 거라고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엄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엄마도 나와 같은 여자다. 요동치는 호르몬은 절대 괜찮을 리가 없었다.
“주말에 서울로 올라오세요. 좋은 병원 찾아서 예약해 둘게요.”
병원에 갈 정도 아니라고, 괜찮다고 고집부리는 엄마를 설득하여 주말에 같이 병원에 가보기로 하였다.
여의사가 진료하고 후기가 많고 평점이 좋은 산부인과를 찾고 찾아 예약을 해두었고, 주말이 되어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갔다.
검사 후 갱년기가 맞았다.
의사 선생님은 갱년기가 시작되었고 증상이 심한 편에 속하니 치료를 권하였다. 엄마는 “아니요. 괜찮아요” 나는 “네. 치료받을게요.”라고 답했다. 나를 쳐다보는 엄마의 눈을 바라봐 주고 “치료받을게요.”라고 한 번 더 말했다.
약물치료는 또 다른 검사를 받아야 했고 엄마는 부작용이 걱정된다 하여 주사치료부터 차근차근 받기로 했다. 엄마가 주사를 맞으러 간사이 나는 결제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기차역.
“하룻밤 자고 가라니까 왜 벌써 가?”
“너네 아빠 삼식이라 밥 주러 가야지.”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며 인사를 나누었고 멀리서 기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내가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 너 낳은 거야.”
라고 말하곤 엄마는 기차에 올라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이 나는 거처럼 뜨거워졌다.
나는 서서히 빨갛게 물들어졌고
천천히 녹아내려 검붉게 흘러내렸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 일은 당신 딸로 태어난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