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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숙 Nov 12. 2024

공부가 뭐길래(2)

복날 개 패듯

고등학교 1학년 5월의 어느 날,

영어수업시간이었다.

짝지가 아파 조퇴하고,

내 옆자리에는 나와 짝지 하고 싶어 안달이 났던 친구가 옳다구나 하고 쪼로로 와 앉아 있었다.

옆에서 조잘조잘 뭐라고 자꾸 이야기를 한다.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칠판에 뭔가를 쓰다가 뒤를 돌아본 선생님의 눈에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내 모습이 확 들어왔던가보다.

나를 불러일으켜 세워 질문을 했다.

공부를 못하던 내가 답을 알리가 없었다.

옆친구에게도 질문했는데 그 아이는 정답을 말했다.

그 친구는 공부를 제법 하는 녀석이었고, 고등입학 전에 선행이란 것도 하고 들어왔다고 했다.

어쩌면 내가 그의 질문받는 동안 주변의 다른 친구가 답을 가르쳐 줬을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그래서 나는 꿀밤을 두대 맞고 그 친구는 한 대를 맞았다.

억울했다.


친구가  떠들었고 나는 그저 듣고만 있었는데,

영어 대답 그거 하나 못했다고 두대를 맞은 것이 아주 불공평하다고 느껴졌다. 맞으려면 수업시간에 떠들은 친구가 두대맞고 내가 한 대 맞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때부터 그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 여가 지났을까.

분필이 날아오고 연달아 책이 날아왔다.


"야, 이 씨, 정현숙!!! 앞으로 나왓!!!!!"


수업시작하고 10분 정도 지났을 때였을까.


"안경 벗어"


그때부터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릴 때까지 그에게 맞았다.

복날 개 패듯, 영화 '친구' 속 김광규가 유오성을 때렸던 그 장면처럼, 그리 맞았다.

더 참혹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17살 꽃다운 여고생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여리여리 가녀린  소녀 , 그런 건 아니었다. 그래. 잘 먹어서 덩치가 좋았던 것은 부인하지 않겠다. 그래도 폭력을 행사한 그보다는 확실히 작았다)

어쨌든 그곳 그 시간에 인간의 존엄성이란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교탁에서 뒷문까지 따귀를 치면서 몰았고, 뒷문에서 다시 교탁까지 머리를 후려치며 몰았다.

꿇어앉으라고 한 뒤 슬리퍼를 신은 발로 머리를 밀듯이 찼다.

내가 사람이 맞나? 지금 내가 혹시 개인가...?

그의 무자비한 폭력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그랬더니 그가 점점 더 광기를 띄는 듯해 보였다. 이러다가 맞다가 어디 잘못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쳤다.


친구들이 오히려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

당하는 나보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던 친구들에게 오히려 더 폭력적이었을게다.

억울해서 마침내 울음을 터트렸다.

나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는 그의 광기에 몸서리쳐져 눈물이 났다.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치자 그제야 매타작이 멈추었다.

그는 나에게 반성문 100장을 써오라고 소리친 뒤 교실, 아니 개도살장과 같던 그곳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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