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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l 10. 2024

<헤르만 헤세 "복숭아나무">

- 기차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고 있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보라색 종이에 써진 글자는 읽기가 어렵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 내용이 궁금하지만 포기다, 패스, 글자의 크기가 너무 작다.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또 패스, 읽기 어렵겠다. 또 포기, 다음 책을 들어서 펼치니 이번에는 그림도 글자도 너무 작다. 휴대하면서 읽기에는 적당하지만 그림도 내용도 너무 빽빽하다. 이번에도 포기다. 책을 고르는데 힘이 든다. (어떤 책의 종이는 연둣빛도 있고, 푸른빛도 있고, 섹션마다 색상이 달랐다.)

(스타일에 어울리는 옷이나 신발을 고를 때처럼 어렵다. 예전에는 책을 고르는 게 쉬웠는데, 지금은 책을 고르는 게 어려워졌다.)


내가 자주 가는 시립도서관에는 오늘 반납한 책들을 꽂아 놓은 책장이 있다. 유명한 인기 작가의 글을 읽고 있었는데, 너무 예전 작가라서 그 당시의 상황이나 내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괜찮았지만 제목이 거기서 거기였다. 갑자기 요즘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바로 눈앞에 있는, 키가 크지 않는 중간 정도의 책장에서 책을 한참 골랐지만, 할 수 없이 그냥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보기로 했다.

요즘 출판의 트렌드가 이런 건가? 싶기도 한데, 


나는 불만이다. 


하얀 종이에 적당한 크기의 활자가 좋다. 

요즘 헤르만 헤세의 나무 예찬 "복숭아나무"를 갖고 다니면서  잠깐이지만 몇 문장이라도 곱씹으면서 읽는다. 나는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어가 있으면 반복해서 읽는 것을 좋아한다. 읽으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공감을 하기도 하고 의지를 굳히기도 한다. 


책은 사람을 자라게 한다. 다시 책을 읽게 되어 무척 기쁘다.


이 책은 책표지에서부터 여름을 연상시킨다. 잘 익은 복숭아 열매가 탐스럽다. 어린 시절 행복했었던 여름날의 어느 날도 연상된다. 읽고 있으면 낭만 가득한 자연의 풍경이 그려지고, 그의 필체가 사색적이고 철학적이어서 헤세의 관찰, 시점에 따라 나도 그와 함께 산책을 하게 된다. 그와 함께 명상을 하게 되니 즐겁다.


그의 유려한 필체가 마음에 든다. 그의 사색을 닮고 싶다. 내가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사유하는 나, 성숙해지는 나,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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