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리릿 -
머리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손가락 끝까지 느꼈던 찌리릿 -
잊고 있었던 찌리릿 -
내가 내 불에 데여서 타 죽을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워서 냉장고로 달려가
언제나 준비해 둔
아이스 녹차팩을 짜라서 얼굴 전체에 바르고
또 바르고 또 발랐다. 아주아주 두껍게 발랐다.
30분 ~1시간 동안 꾸덕꾸덕 마르게, 그동안은
내가 진정되도록
양쪽 콧구멍에서 코뿔소처럼 나오는 씩, 씩 거리는 열기도
양쪽 눈에서 레이저처럼 나오는 광선의 뜨거움도
목구멍에서 갈라지면서 느껴지는 열기도 사그라들게
유통시기가 한참 지난 마스크팩은 떼지 않고
제품 그대로 아이스팩처럼
침대에 누워서 양쪽 팔꿈치 밑에, 종아리 밑에
대고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내 몸에서 불타는
열기를 내리기 위해
나는,
심호흡을 했었다. 1에서 천천히 100까지 세렸다.
그리고 100에서 천천히 1까지
나를 재우려고 안간힘을 썼던 그날 밤이 떠오른다.
머리 정수리에서 발끝까지 손가락 끝까지 느꼈던 그 찌리릿 -
불같이 뜨거워서 이내 나를 태워 죽일 것 같아서
냉장고에서 나왔던 그것들은 이내 내 몸처럼 뜨거워졌었다.
다시 냉장고에 가서 차가운 그것들로 교체했었다.
몇 번 반복하면서
숨이 골라지고, 나는 파김치가 되어 솜뭉치처럼 자버렸다.
그렇게,
내 몸에서 불타는 그 분노의 열기를 잠재웠었다. 그렇게 재웠던
그 밤들이 오늘 떠올라졌었다. 내 분노를 재웠던 그 밤들이.
그리고 나는 오늘에야
그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기억해 본다. 그런 날들도 있었지,라고.
(오늘 새벽에 그리고 오늘 이른 아침에 나는 어느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가 그날의 나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나도 불처럼 아팠고, 그때 나는 찌리릿 전기에 감전되는 줄 알았습니다. 나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지금의 나는, 오늘 아침에 이 글을 쓰면서, 거실에서 들리는 엘비스의 가스펠송 Where no one stands alone을 듣고 있습니다. 그의 노래를 멈추니, 매미소리만 요란하게 울리는 여름날 아침 정경입니다. 이 고요함의 안정감을 즐기고 있습니다. )
그리고 그의 Where no one stands alone 를 기도하듯이 듣고 있습니다.
한 번은 밤의 한가운데 서 있었죠. Once I stood in the night
나는 머리를 숙이고 있었죠. With my head bowed low
아주아주 짙은 어둠 속에서 In the darkness as black as could be
나는 머리를 숙이고 있었죠. And my heart felt alone and I cried
아주아주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마음이 외로워 울면서
오 주님, 당신 얼굴을 내게서 숨기지 말아 주세요.
"Oh Lord, Don't hide your face from me."
왕처럼 나는 높은 궁전에서 살고 있죠. Like a king, I may live in a palace so tall
거대한 부를 소유한 채 말이죠. With great riches to call my own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죠. But I don't know a thing
이 넓디넓은 세상에서 In this whole wide world
혼자 있는 것보다 비참한 것은 없어요. That's worse than being alone
매일 매시간 모든 방법으로 Hold my hand all the way every hour, every day
내 손을 잡아주세요.
위대한 미지의 이곳으로 오세요. Come here to the great unknown
거기 서 있을 수 있도록 Take my hand, let me stand
내 손을 잡아주세요.
아무도 홀로 서 있지 않는 곳에서 Where no one stands alone
엘비스의 가스펠송을 영상을 통해 보았습니다. 침잠한 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저는 영상 없이 오로지 그의 목소리만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디오로 들어보았습니다. 숨죽여서 들어보았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나약한 한 신앙인의 소리 없는 절규처럼 들렸습니다. 외롭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엘비스가 하나님을 생각하면서 그의 죽음을 맞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 주님! 그가 마지막에는 외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의 영면을 기리면서 -
그의 "오 주님, 당신 얼굴을 내게서 숨기지 말아 주세요." 저도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를 해야겠습니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다시 평온을 주시고, 저를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 아침을 맞이하게 해 주셔서, 저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엘비스 프레슬리, 감사해요. 제게 이 노래를 불러주어서 감사해요.
- Oh Lord, Take my hand, let me stand to the great unknown
- Hold my hand all the way every hour, every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