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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15. 2024

토실토실, 알밤이 잘 익었다 ^^

연재를 끝마칠 때가 다되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홀가분하다. 이제 마지막 회만 남았다. 초고는 진즉에 적어두었다. 해낼 수 없는 것을 다해냈다는 데에 마음이 뿌듯하다. 2024년이 내 인생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로 남게 되었다. 그곳에서 벗어나서 내 안의 것을 만들어 나가고, 채우고 있다는 데에 희망이 가득하다. 


브런치북에 도전한 것은 목표에 대한 도전이었고, 성취였다. 그리고 연재 브런치북의 목표는 나의 치유와 행복 그리고 희망이었다. 다시 꿈을 가질 수 있을까? 다시 열의를 갖게 될 수 있을까? 그 또한 이루어졌다.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신뢰하는 마음으로 믿을 수 있을까? 다시 서로 믿고 존중하는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을까? 그 또한 이루어졌다.


믿기지 않는다. 

나는 인생의 고비를 잘 넘겼다. 그게 기특하다.


오늘 아침에는 토실토실 살찐 큰 밤을 20개 찜기에 얹어 쪘다. 며칠 전에 햇땅콩, 햇밤을 아직 먹지 않았다는 것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얼마 안 하니 사 먹자,라는 말을 했었는데 남편이 기억을 하고 어제 퇴근할 때 사 갖고 왔었다. 큰 밤들이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오늘 아침 우리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침 뉴스를 시청하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맛있게 먹었다. 남편이 칼로 예쁘게 깎아주었다. 원래 손목 힘이 없는 나를 위해서 남편이 칼로 까 준다. 


남편이 깐 아주 예쁜 밤을 "어떻게 이렇게 잘 까. 너무 예쁘다." 아주 먹음직하게 잘 깐 밤을 아낌없이 칭찬해 준다. 놀라워하는 내 모습을 남편은 좋아한다. 나는 아끼면서 조금씩 먹고, 온전히 잘 깐 그 밤 한 개를 남편 입에 넣어주면 남편은 오물오물 먹으면서 또 깐다. 10개를 다 까먹었다. 배부르다. 남은 10개는 저녁 후식으로 남겨 두었다. 


이런 따뜻한 평화, 사랑을 간절히 원했었다. 우리 두 사람만 세상에 있는 느낌. 이런 힘으로 남편은 사업을 잘하고 있다. 수급자 인원도 많이 늘었다. 우리 두 사람, 우리 부부는 이제 단단해졌다. 


다음 주에는 남편과 둘이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간다. 아마 올해 여행으로는 마지막일 것이다. 베트남에는 몇 번 갔었지만 다낭은 처음이다. 그리고 11월은 또 처음이다. 아픔의 5년을 보내고, 우리 두 사람이 온전히 서로 믿고 신뢰하는 마음, 사랑으로 가득 차서 가는 것도 처음이다. 그래서 더 설렌다.


팬데믹 이후에 여행을 갔지만 가는 전날까지 가네, 마네 그런 실랑이도 했었고, 다툼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여행을 가서는 찐사랑, 찐 부부가 되었다. 우리가 언제 전쟁 같은 싸움을 했는지 전혀 기억이 없을 정도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연인으로, 사랑하는 부부로 지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또 다투고 아파하고 서로 힘든 시기를 보내었다. 그러면서도 또 여행을 계획하고, 또 실랑이를 하고 다투고 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반복하면서 조금씩 덜 싸우고 덜 다투게 되어갔다.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쌓여갔다. 


홈쇼핑 채널에서 여행 프로그램을 볼 때, 텔레비전 채널에서 여행 방송을 볼 때 우리가 갔다 왔던 여행지를 보면서 거기서 있었던 추억을 함께 이야기할 때, 액자에 넣어둔 여행 사진을 볼 때 우리는 서로에게 서운했었던 마음들이 조금씩 풀렸다. 상처가 치유되는 데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온 막다른 인생의 큰 고비, 우리 가정의 큰 고비를 넘겼다는 것에 무척 감사하다. 우리를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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