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사모님과 인연이 8년이 되었다.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빌라로 이사를 했다. 19평에서 살다가 넓어진 평수에 가족 모두가 흡족했었다. 그뿐만 아니라 살았던 아파트도 2층, 빌라도 2층이어서 또 마음에 들었다. 나는 저층을 좋아한다.
전에 살았던 아파트 거실에서는 목련꽃을 볼 수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 우리가 살았던 동이 있었는데 울창한 숲 속과 다양한 아름드리나무와 여러 가지 꽃들이 한눈에 보여서 좋았다. 계절을 한껏 향유할 수 있었다.
여기 빌라는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거실 앞에는 큰 벚꽃 나무가 몇 그루 있었고, 가로수도 있어서 활짝 핀 아름다운 벚꽃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단풍이 들면 또 운치가 있었다. 그런 정취를 맛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그런데 더 좋았던 점은 빌라 아래 상가에 세탁소가 있어서 더 살기가 편했다. 그 세탁소는 장년의 부부가 운영했었는데 세탁을 깔끔하게 했다. 다림질도 금방 산 옷처럼 다림질 실력이 좋았다. 또 드라이한 옷을 입고 나갈 때는 기분이 산뜻했었다. 드라이한 석유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빌라에서 2년, 대출을 끼고 산 새 아파트에서 3년(그 세탁소에서 자차로 거의 1시간이 넘는 곳), 그 아파트를 팬데믹 때 어렵사리 팔고(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다.) 지금 살고 있는 새 아파트로(자차로 20분 되는 거리) 이사를 왔을 때부터는 퇴근하면서 우리 집에 들러 드라이한 옷들을 갖다 주신다. 어디로 이사를 가더라도 그 세탁소에 옷을 맡겼다. 그 세탁소만큼 잘하는 곳이 없었다. 믿을 수 있는 곳이어서 그렇게 인연을 이어나갔다.
센터 개원을 할 때도 세탁소 사장님은 양복을 입고 오셔서 축하를 해주셨다. 축하금도 꽤 주셨었다. 그리고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왔을 때도 두루마리 휴지를 사주셨고, 첫해 여름에는 큰 수박도 사주셨다. 물론 나도 추석과 구정 때는 꼭 잊지 않고 안부를 여쭙고 인사를 했다. 두 분께 명절 선물도 드렸다. 남자 사장님께는 건강을 위해서 사모님께는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으로 마련했었다.
그런 인연 덕분에 나는 세탁소 사모님이 회원으로 있는 크로바 봉사단을 알게 되었다. 크로바 봉사단 덕분으로 3년째 김장김치를 받게 되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초에 김장을 하셨다. 올해는 더 많이 받았다. 1년에 몇 번씩 떡과 요구르트, 농장에서 금방 나온 달걀 몇 판 등 간식을 받을 때도 있다. 물론 나도 회원님들께 립스틱을 선물한 적도 있었고, 대형 바디로션과 수출용 헤어스프레이를 선물한 적도 있었다.
잘 이어온 인연 덕분으로 올해 여름에는 어느 날 오후 한 통의 전화도 받았다. 조카들 결혼할 때 한복을 입었다. 한복은 대여하고 그에 어울리는 화장, 올림머리를 한 샵의 여사장님과의 인연 덕분에 그 사장님이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거의 새것과 같은 한복 저고리와 바지를 아주 싼 값으로 몇십 벌 살 수 있었다. 6만 원 정도 들었다. 사장님이 이미 세탁을 다 한 옷이라고 설명을 해주시면서 내가 하는 사업이 생각났다고 했다.
다른 센터의 원장님들은 내가 다녀가고 나면 온다고 했다. 나에게 좋은 옷들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준 것이었다. 그분들께는 내가 산 옷 가격의 10배 정도는 더 받는다고 하였다. 얼마나 고마운지, 나를 기억해 주어서 고마웠었다.
어르신과 남자 직원은 조끼를 입고(남자용, 여자용) 여자 직원들은 저고리(개량한복인데 고풍스럽다)를 입으면 명절 분위기도 나고, 활동하는 데도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직원들이 근무할 때 불편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여러 가지 색을 샀다. 남편과 아들은 그래도 대표이고, 사무국장이니까 남자 저고리와 바지도 준비를 해주었다. 남편도 고르면서 아주 즐거워했다. 덕분에 집으로 오는 길에 남편에게 인사를 많이 들었다.
센터의 어르신들과 직원들 그리고 남편과 큰아들이 입을 한복. 추석에는 너무 더워서 입지는 않았다. 다가오는 신정과 구정 때 그 한복을 입으면 명절 분위기가 물씬 날 것이다. 행복하게 웃을 직원들과 즐거울 어르신들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물론 만족스럽게 미소 지을 남편도 그려보았다.
잘 이어온 인연 덕분에 센터를 하면서 여러 모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리 가족 4명의 한복 조끼도 샀었는데 다가오는 명절 때는 그 조끼를 입고 가족사진도 예쁜 추억으로 남기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