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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l 19. 2024

<노력한 시간은 정직하다>

- 행정안전부 지진숏폼영상공모전에 접수하다.

제출하시겠습니까?

제출!

커서를 놓고 엔터키를 눌렀다. 드디어 접수했다! 

오늘 2명이 접수했다. 

3시 30분까지 수업인데 4시 50분까지 눈을 부라리며 마우스를 움직여서 완성하여 접수했다.

내 인생 최초의 숏폼!

이번주 월, 수, 목, 금요일 1시 30분에서 3시 30분까지 기초수업을 한 후 완성했다.

또 뭔가를 하나 해냈다! 내 것이 하나 생겼다. 기쁘다.


이번주에는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못 먹었다. 왔다 갔다 하면서 먹은 당근 조각, 오이 조각, 삶은 달걀 2개 정도뿐, 믹스커피만 4~5잔 마셨다. 그래도 행복하다. 못 먹고 힘들었지만, 잠을 못 자서 눈도 퀭하고 입술이 부르터서 내가 피곤할 때마다 나는 바로 그 자리가 자꾸 부풀어진다.  

그래도 내 마음은 배가 부르다.



1회 차 수업에서 수요일에 올 때는 콘티를 작성해 오라고 하셨다. 사진을 찍어오면 더 좋다고 하셨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작년에 내가 주최했었던 지진안전예방운동 수업이 생각났었다. 센터에 강사님을 초빙하여 어르신들과 직원들의 지진안전예방운동을 했었다. 사진을 찍어놓은 게 많이 있으니 그것으로 하면 될 것 같았다. 


수요일, 콘티 과제를 해온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강사님은 콘티가 좋다고 칭찬해 주셨다.

"주간보호센터 4년 했어요. 작년에 지진안전예방 수업을 했었는데, 주간보호센터 4년 하길 잘했네요."

괜히 나 혼자 들떴다. 다른 수강생들도 나의 콘티가 좋다고 맞장구를 쳐주었다. 

강사님은 기술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콘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노력한 시간들이 이제야 빛이 나는구나. 그 시간들이 또 나의 뭔가를 증명해 주는구나.

부족하고 미흡한 기술은 강사님이 설명해 주시고,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셨다. 


뭔가 뿌듯하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숏폼 완성했어요. 내 메일함에 넣어 두었으니 센터 가시면 확인해 보세요."

"와 ~ 수고했어요."

남편은 오후 송영(어르신들을 안전하게 댁으로 보내드리는 이동서비스)을 하고 센터로 다시 돌아가서 평가 준비를 해야 한다. 다음 주 목요일이다. 

나는,

"집에 가서 쉬고 있을게요. 일 잘하시고 나중에 봐요."



"남편이 기특해할 것 같아요."(행복하게 웃으니)

도와주신 영상미디어센터 선생님도 흐뭇하게 웃어주셨다. 


접수할 때는 숏폼영상공모전이라는 말을 크게 생각하지는 않고, 그저 숏폼이라는 단어에 나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인원이 찰까 싶어서 오후 2시부터 접수를 한다는 문자를 받은 후, 2시에 바로 접수를 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영상미디어센터가 작년 9월에 개원했다. 센터는 우리 집에서 도보로(내 걸음걸이) 20분 정도 걸린다. 작은 하천이 있고 그 하천에 청둥오리 가족들도 있다. 물장구치는 모습이 귀엽고 예쁘다. 

나는 두 달 전에 알게 되었는데 가격이 진짜 공짜에 가깝다. 무료부터 25,000원이다. 나는 이번 7월에 3개의 영상 수업을 신청했는데 각 15,000원이다. 착한 가격에, 강사님들은 실력이 짱짱하다. 10명 정원도 있고 12명, 16명 정원이어서 꼼꼼하게 차근히 잘 가르쳐 주신다.



목요일에는 프리미어 프로 숏폼영상수업과 다빈치 리졸브 수업이 같은 날 오후와 저녁에 있어서 정말 힘들었다. 솔직히 따라 하기가 어렵고 힘이 들었다. 

"알트 누르세요."

내가 컴퓨터 자판을 모르는 게 아닌데, 난 그동안 Alt 사용을 한 적도 없고 Alt 위치도 몰랐다.

"알트가 어디에 있어요?"

내 옆 짝지가 가만히 손가락으로 가리켜 준다.

왠지 머쓱해졌지만 속으로는 의지를 다졌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지금 부끄러운 건 아무것도 아니야. 모르면 정말 부끄러워져.'


20대, 30대, 40대가 많고 더러 50대, 60대가 있다. 70대는 한 분이셨는데, 건축가이시고, 임원까지 하셨다고 자기소개 때 들었다. 그래서 이런 수업도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사람들은 잘했다. 다른 분들도 나보다는 훨씬 훨씬 잘한다.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 

왕초보는 정말 나뿐이다. 



나는 리졸브가 더 어렵다. 70대 노신사는 프리미어프로가 더 어렵다고 수강포기를 하시고 리졸브만 듣는다. 그런데 나는 프리미어프로가 그나마 더 낫다. 

다음 주 리졸브 숙제는 사진 100장 준비다. 

어쨌든 리졸브도 다음 주 화요일, 목요일 끝까지 잘해서 남편과 나의 추억의 사진들을 잘 편집하여 예쁜 영상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져본다. 작년부터 올해 봄까지 만든 추억들을 공간과 시간을 나누어서 사진들을 골라야겠다.


내가 만든 숏폼 영상으로 우리 센터 어르신들께 지진안전예방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충족감이 큰 하루다. 센터 직원들은 "원장님, 시간 되시면 놀러 오세요." 나의 근황을 묻는다. 열심히 살고 있는 나를 보여줄 수 있어서 오늘은 다른 날 보다 기쁨이 두 배다.   - 감사한 하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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