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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l 19. 2024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구분을 잘 하자>

- 빠른 포기는 일단 시작해 보면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나서 에너지가 충전되어 다른 일을 할 때도 그 에너지로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책 읽기도 글 쓰는 것도 집안일을 하는 것도 소소한 일상생활을 하는 것도.

예를 들어 나에게는 춤이 그렇다. 춤을 추기 전에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이 무겁고 열이 나고 두통도 있고 솜뭉치가 되어도 춤을 1시간 추고 나면 그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에너지가 넘실거리게 된다. 온몸의 무거움이 머리로 싹 나간다. 음기가 나가는 것일까? 신기했었다. 1시간 라인댄스를 빠지면 안 되겠다는 각오로 의지를 갖고 수업에 갔었다. 그런데 30분쯤 지나니까 몸의 무거움이 반으로 되고, 또 30분이 지나니까 몸에서 뭔가가 싹 빠지는 것처럼 되고 몸이 아주 가볍게 되었다. 신기해서 선생님께 자세히 말하고 물었다.

"아마 음악 때문일 거예요. 선생님한테는 음악이 큰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팝송, 내가 앞으로 들으면 좋겠다는 팝송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춤은 내 몸에 마음에 마사지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선생님! 보약을 먹는 것 같아요. 에너지 충전!"

선생님과 수강생들은 그래, 하면서 깔깔 웃었다. 

내가 제일 어리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까지 있는 화요일 라인댄스 시간은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댄스이지만 어르신들과 이야기하는 시간도, 춤을 추는 시간도 즐겁고 행복하다.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해서 그런가. 어르신들과의 소통이 별로 어렵지 않고 즐겁다. 배울 점이 많다.


어느새 그 무거움이 가벼움으로 에너지가 넘실거리게 된다. 배터리 나간 휴대폰이 100% 충전되는 것처럼.

나를 마중 나온 남편이 

"와, 너무 예쁘다. 우리 공주님~~."

얼굴이 환해지니 혈색이 좋아 보이고 더 예뻐 보이는 것 같다. 

에너지가 넘치니, 건강해 보이고, 밝아 보인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그 일을 하고 나서 에너지가 소멸되는 것이다. 요즘하고 있는 영상수업이 그렇다. 머리를 많이 써니 머리가 몽롱해지고 눈이 아프고 어깨에 힘이 뭉쳐서 무거워지고, 다음 일을 하기가 벅차다.


저녁수업은 힘이 든다.

남편과 즐거운, 행복한 저녁시간이 없어진다. 

몸이 너무 무겁고 아파서 화장도 지우지 못하고, 지쳐서 그냥 퍼져서 자게 된다. 일단은 퍼져서 자고 나니 이른 새벽에 일어나게 되고 몸은 가벼워졌지만 남편과의 소소한 저녁의 일상이 사라지는 것은 싫다.


연속 3일을 해보니 프리미어 프로는 숏폼, 다빈치 리졸브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드는 것이다. 편집과정도 만만치가 않다. 나는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니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영화 제작자, 드라마 제작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같은 전문가들의 세계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업을 하면서 일반인들도 영상 만들기에 진심이고, 다양한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카메라는 자고 있는데.


가볍게 쉽게 본 우리의 일상이 된 숏폼 영상, 유튜브 영상, 제작을 하고 올리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 어려운 작업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내가 글을 쓰는 동안에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 일찍 출근한다. 어르신을 모시기 위해서.

다행히 남편이 25일까지 평가 준비로 바쁘다. 다행이다.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녁 시간은 부부가 소소하게 일상을 보내야 된다는 소견을 갖고 있어요. 저녁 시간에 배우는 것은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요. 저는 당신과 보내는 시간이 귀하고 소중해요. 당신과 보내는 즐거운 시간, 행복한 시간이 나를 무엇보다 행복하게 해 줘요."

"제 마음이에요."

빨간 하트를 2개 보냈다. 요즘은 글을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서, 저녁 시간에 배우러 다니고 있어서 남편과 얼굴을 마주 보고 여유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어쩌면 섭섭하고 서운해할지도 모를 남편에게 나의 마음을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었다. 힘을 주고 싶었다.


"네, 잘 알겠어요."

남편의 답변 문자가 도착했다.

"이번에 접수한 수업들은 결석 안 하고 잘 마무리하고요 ^^."

"앞으로는 저녁 시간 수업은 접수 안 하는 것으로요."

"네, 낮 시간에 수업해요."


마음이 편하다. 남편의 마음이 편한 게 좋다. 그래야 내 마음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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