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발 반사구는 성 에너지의 승화 작용을 유도한다.
성 에너지는 하나의 우주를 품고 있는 새 생명을 탄생시킬 정도의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내면에 응축되어 있는 성 에너지를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행로가 변화될 정도로 성 에너지가 갖는 의미는 막대하다고 볼 수 있다. 단지 성 에너지가 남녀의 성행위, 즉 생식의 목적으로만 쓰인다는 것은 삶이라는 드넓은 대양을 아주 함축해서 보고 있는 시선에 지나지 않는다.
성 에너지가 지니고 있는 창조성은 작게는 기존에 있는 것들을 변화시키거나 응용시키는 것에서 시작하여 새로운 발견이나 창조적 예술 활동 등을 하는 것에 이르고, 더 나아가서는 한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 세계관의 변화는 의식의 수준 자체가 변화하는 중대한 사건이며, 이를 심리학에서는 자아실현의 단계, 인간의 욕구 중에서 최종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인류의 모든 역사가 쓰인 이래로 항상 함께 해온 '종교'라는 영역은 인간의 자아실현 욕구의 살아있는 증거이자 아직까지도 그 위세를 맹렬히 떨치고 있는 현시대의 주요 패러다임의 축에 속한다. 특정한 종교의 위력은 그 힘이 약해졌지만, 실상 종교라는 의미를 보다 넓은 맥락에서 들여다본다면 이미지와 상징으로 인식되는 일체의 것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종교임을 알 수 있다. 어떠한 대상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일정 부분 증명이 되고, 일정한 패턴의 행동 양식이 일상 속 깊은 곳에 스며든다는 사실이 바로 그 대상이 종교적인 색채를 띄고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인간 내면에 있는 무의식의 심층부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이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이 적든 많은 인간의 의식 영역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아의 인식은 그 한계가 명확하며, 스스로가 자아라고 설정해 놓은 한정된 테두리 안에서 자아는 일종의 안전지대를 설정한다. 하지만 그 안전지대가 깨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경우에 자아는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선 영역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종교적인 대상들에 의존하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을 마주할 때, 미쳐버리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것이다.
방어기제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자아를 안정적인 공간에 머무르게 하지만, 그 안전지대가 어느 순간부터 자유를 앗아가는 족쇄로 군림하는 것이다. 사실 삶을 살면서 웬만큼 충격적인 일이 찾아오지 않는 한, 자아가 만들어놓은 방어기제가 허물어지는 일은 드문 편이다. 무의식을 다루는 일이 어렵고 힘든 작업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 방식에 있어서 점진적으로 서서히 무의식이 의식의 영역에 스며들게 해야 하는데, 혹여나 급진적인 전개 방식이 이루어질 때에는 의식의 영역을 무의식이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현실 속에서 무의식이 의식 영역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정신 질환의 증세가 발현되고는 한다.
따라서 발 반사구 자극 요법을 통해서 무의식에 다가가는 방식은 현실의 기반을 두고서 시행되는 작업이므로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육체적 형상은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 의식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단단한 뿌리를 형성하는 것만큼이나 든든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발 뒤꿈치의 자극은 하반신 전체 신경 시스템의 강화와 더불어 성 에너지의 점진적 향상을 가져온다. 생식기 부위에 대응되는 발 뒤꿈치는 우선적으로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성 에너지가 지닌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작용을 유도한다. 성 에너지가 일정량 이상으로 축적이 되면, 척수 안에 있는 뇌척수액을 호흡과 함께 끌어올리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데, 이 뇌척수액이 상승하면서 차례대로 척추의 정렬 상태를 교정시키고, 갈비뼈를 위쪽으로 들어 올리면서 가슴을 앞쪽으로 활짝 열어젖힌다. 척추가 완전히 중력의 방향과 수직 상태로 정렬될 때, 뇌 척수액은 곧장 척추의 가장 상단부에 자리한 송과선과 뇌하수체를 자극시킨다.
상위 내분비샘이 자극을 받으면서 이 내분비샘들이 진동할 때, 의식의 질적 수준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송과선은 형상을 빛으로 바꾸는 영적 기관에 해당하고, 이러한 변화가 지속적으로 전개되면서 성 에너지의 승화 작업이 이루어진다. 송과체는 자연의 순리에 반응하게 만들고, 자연과 소통하는 수단으로써 기능한다. 뇌하수체 또한 각종 생명에 유익한 호르몬들을 분비시킴으로써 생명 현상이 원활하게 유지되고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올바르게 만들어진 신발을 신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다양하고 유익한 변화가 일어난다.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체중이 발바닥 전체를 자극시킴으로써 의식의 영역이 닿지 않았던 무의식의 영역이 의식화되면서 잠들어 있던 신경 시스템이 하나둘씩 활성화되는 기쁨을 맘껏 누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