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소년은 서둘러 강의실에 앉아있었다.
'철학과 인간'은 교양수업이었다.
신입생들, 복학생들, 이전 학기에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들이 열린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중 소년의 눈을 사로잡는, 한 소녀가 있었다.
'이상한 옷차림이네...'
그녀가 입고 있는 주황색 트렌치코트는 큼지막한 흰색 도트 무늬가 가득했다.
머리카락은 초록빛이 감돌았으나 각도에 따라서는 흰색으로 보였다.
다른 학생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림새였지만, 소녀는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듯 천천히 빈자리를 찾아 걸어 들어왔다.
그녀는 소년 옆자리에 앉았고, 반갑게 그에게 인사를 해보였다.
"어느 학과 학생이야? 편입생인가? 저번 학기에는 보지 못한 것 같아."
소년이 물었다.
"아, 나는 교환 학생이야. 이번 학기에만 수업을 듣는 거지."
소녀는 대답했다.
수업이 곧 시작되었다.
가방 속에 있던 펜을 집어들었지만,
수업에 집중하는 대신 소년의 마음은 온통 옆에 앉은 소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년은 그녀를 힐끔 쳐다보았다.
이 소녀는 다른 학생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풍겼다.
그녀의 독특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 초록빛 머리카락이 햇살에 반사되며 금세 흰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눈을 끌었다.
호기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