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은 아버지 심봉사의 손을 붙들고 있었다. 방 안은 나지막한 촛불 하나만이 깜빡거리고 있었고, 창밖으로는 싸늘한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아버지의 손은 어느새 거칠고 주름이 가득했다. 그 손을 잡고 있으면 마음 한구석이 시렸다. 아버지가 이 손으로 자신을 돌봤던 시간들이,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그 손을 이끌어야 하는 현실이 묵직하게 다가왔다.
심봉사는 말없이 심청의 얼굴을 더듬었다.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손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섬세하게 딸의 이마, 콧등, 뺨을 따라갔다.
"청아," 심봉사의 목소리는 낮고 나직했다. "너희 어미가 그랬지."
심청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버지가 가끔 이렇게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면, 그 말 속에 담긴 그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심봉사의 손은 여전히 심청의 얼굴을 더듬고 있었다. 아버지의 손길 속에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한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어머니는..." 심봉사는 잠시 말을 멈췄다. "코가 오똑했단다. 그리고 눈은 참 깊었지. 입은 작았고... 코에 점 하나가 있었어. 그 점이 그렇게 좋았지."
그는 손을 멈추고, 기억 속의 아내를 떠올리듯 허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그의 표정에는 잃어버린 그 시절을 찾아 헤매는 듯한 쓸쓸함이 스쳤다.
심청은 가만히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는 그런 딸의 손을 다시 한번 매만지며 말했다.
"청아, 네 얼굴을 만져보면... 어머니랑 참 많이 닮았다. 특히 그 코가 말이다."
심청은 아버지의 말을 들으며 가슴이 저려왔다. 자신이 아무리 어머니를 닮았다고 해도, 아버지의 마음 속에 어머니가 남긴 빈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머니의 그리움은 여전히 아버지의 마음 속에서 깊은 상처로 남아 있었다. 심청은 그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그리움은 너무도 깊었다.
"아버지..." 심청이 나지막하게 부르자, 심봉사는 딸의 손을 꼭 쥐었다. "제가 곁에 있어 드릴게요."
"그래..." 심봉사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맙다."
하지만 그 미소 뒤에 숨겨진 깊은 외로움은, 심청조차도 채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