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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척도

by 무아

행복은 저울 위에 올려 객관적인 무게를 재는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것이, 또 누군가에게는 묵직하게 다가오기도 해요. 어떤 이은 많은 것을 가졌어도 공허함을 느끼고, 또 다른 이은 단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충만함을 누립니다. 결국 행복의 척도란,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저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남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여기기 쉽습니다. 다른 이들의 화려한 삶과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견주다 보면, 이미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리곤 하죠.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비교 속에서가 아니라, 나만의 작은 순간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요.


이를테면, 길을 걷다 우연히 십 원짜리 동전을 주웠을 때, '오늘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하고 마음속에 작은 설렘이 피어오릅니다. 이 동전 하나로 무엇을 살 수는 없지만, 그 순간 느껴지는 기쁨만큼은 무엇보다 값져요. 이렇듯 소소한 기쁨들이 하나둘 쌓일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을 실감하게 됩니다.

저는 일상의 작은 순간들 속에서 행복을 발견하곤 합니다. 퇴근 후 친구와 나누는 술 한잔. 서로의 하루를 다정하게 어루만지며 잔을 부딪칠 때면, 우리는 잠시 각자의 무게를 내려놓습니다. 오래된 단골 술집에서 오가는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서, 하루의 피로는 눈 녹듯 스르르 녹아내리곤 합니다.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더없이 달콤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느지막이 눈을 뜨고, 간단히 샤워를 한 뒤 욕조에 따뜻한 물을 채웁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입욕제의 향을 고르는 것도 작은 설렘이에요. 상큼한 시트러스 향을 택할지, 은은한 라벤더 향으로 마음을 달랠지 고민하는 순간조차 즐겁습니다.

입욕제를 풀어 넣으면 거품 사이로 은은한 향이 퍼지고, 촉촉한 온기가 피부를 감싸 안습니다. 향이 욕실을 가득 채울 무렵, 욕조에 몸을 맡긴 채 잔잔한 음악을 틀고, 미리 준비해 둔 온더락 잔에 얼음을 채웁니다. 투명한 위스키가 얼음 사이를 천천히 타고 흐를 때, 내 안의 온도도 서서히 맞춰집니다.

쌉쌀한 알코올이 입안을 적시는 순간, 차가웠던 위스키는 따뜻해진 몸속으로 스며들며 알코올의 온기로 변합니다. 그 온기가 천천히 퍼져나가며 세상의 속도는 느려지고, 마음은 조금 더 부드러워집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을 한 조각 입에 넣으면, 씁쓸함과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지죠.


좋아하는 음악, 적당한 취기, 그리고 세상에 나 혼자만 존재하는 듯한 조용한 공기.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그 순간, 저는 진짜 행복을 느낍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크기나 무게로 잴 수도 없습니다. 저에게 행복이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진 짧은 순간들의 총합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갈 때, 저는 이 삶이 참 괜찮다고, 충분히 따뜻하다고 느낍니다.

이것이 저만의 행복의 척도입니다. 순간의 사소한 행복을 하나씩 발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행복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는 것.


당신에게 행복은 어떤 향기, 어떤 온도, 어떤 순간으로 다가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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