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참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공기 속에서, 오히려 마음을 데워줄 무언가를 찾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창밖을 스치는 바람은 뺨을 살며시 스치며 겨울이 왔음을 알리고, 거리는 점점 차분한 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나뭇가지마다 얹힌 서리는 계절의 깊이를 더하고,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찬 기운은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겨울만의 특별한 따뜻함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서늘한 냉기와 포근한 온기가 공존하는 계절. 저는 이 계절이 주는 조용한 여백 속에서, 나만의 작은 취미들을 즐깁니다.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온기가 스치듯 교차하는 순간들, 그리고 그런 날들을 조금 더 음미하게 만드는 소소한 습관들. 별것 아닌 하루지만, 그래서 더 귀한 겨울의 풍경들입니다.
1. 아침의 시작
겨울의 아침은 유난히 조용합니다. 조금 일찍 눈을 뜨면, 전날 밤 살짝 열어둔 창문 틈으로 서늘한 공기가 스며들어 얼굴을 간질입니다. 이불속의 온기는 그 차가운 공기를 막아내듯, 따뜻하게 몸을 감싸 안습니다. 포근함과 냉기가 맞닿는 그 짧은 순간이 묘하게 좋습니다.
고개를 돌리면, 말랑하게 몸을 말고 자고 있는 고양이가 보입니다. 부드러운 털 사이로 고요한 숨결이 오르내립니다. 손끝이 닿자, 스르르 눈을 뜨고는 졸린 눈으로 저를 바라봅니다. 작은 하품 하나와 함께, 하루가 시작됩니다.
"잘 잤어?"
제 목소리에 작게 대답하듯, 고양이는 조용히 울음을 냅니다. 몸을 길게 늘이고, 이불속 온기가 아쉬운 듯 비비적댑니다. 저는 머리맡 텀블러를 들어 얼음 가득한 물을 한 모금 마십니다. 몸속에 퍼지는 싸늘한 감각이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겨울의 아침은 조용히 깨어납니다.
2. 출근길의 냉기와 가게 안의 온기
겨울 아침의 공기는 더없이 차갑습니다. 외투를 단단히 여미고 길을 나서면, 바람은 얼굴을 지나며 잠을 깨웁니다. 공기는 서늘하지만, 그 속엔 겨울만의 맑고 투명한 느낌이 있습니다. 폐 깊숙이 들이마시는 차가운 공기가 몸을 깨우고, 마음까지 정돈되는 느낌이에요.
가게 문을 열면, 아직 사람의 온기가 채 스며들지 않은 공간이 맞이합니다. 불을 켜도 한동안은 서늘한 공기가 머물고, 그 고요함 속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따뜻함이 배어듭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텀블러에 얼음을 채우고 차를 우려내는 일입니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 차가운 물소리, 그리고 조용한 가게 한편에 내려앉은 햇살. 그 작은 순간들이 겨울 아침을 채워줍니다.
창밖에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두꺼운 옷을 입고, 어깨를 살짝 웅크린 채 걸음을 재촉하는 그 모습에서 겨울 아침의 또 다른 따뜻함이 전해집니다. 햇살 때문인지, 살아가는 사람들의 온기 때문인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분명히 따뜻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걸 조용히 느껴봅니다.
겨울은 차갑지만, 그래서 더 따뜻한 계절입니다. 얼음 가득한 물 한 모금, 이불속의 포근함, 창틈 사이로 스며드는 새벽 공기와 손끝에 닿는 고양이의 체온까지. 겨울은 모든 온기를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차가운 것들은 더 차가워지고 따뜻한 것들은 더 깊고 소중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계절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도, 나만의 겨울을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즐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