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생감사 Jul 09. 2024

변호사의 보람

억울 피고인 무죄

31년간 법관생활을 했어도 법원의 판단은 쉽사리 예상이 안 된다. 법원에 근무할 때는 ‘어느 판사에게든 될만한 것은 되고, 안 될만한 것은 안 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실제 변호사를 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생각보다 판사의 성향이 다양하고 사건을 보는 시각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내가 변론했던 사건 중 억울한 피고인으로서 무죄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사건이 2024. 7. 초경 비로소 예상과 같이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에 이르러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난 사건을 뒤집기란 쉬운 일이 아니라서 더욱 긴장하면서 결과를 기다린 사건이다.      


그래도 사안을 세심히 검토하는 법관들이 아직은 많아 법원이 신뢰를 받게 되는 것 같다. 피고인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면, 내게도 변호를 제대로 못하여 억울한 피고인을 구제하지 못하였다는 자책감이 컸을 텐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나는 판결 선고당시 법정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피고인 대신 법무법인 직원으로부터 무죄소식을 듣고 곧바로 피고인의 어머니에게 전화로 알렸다. 피고인의 어머니는 그동안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솟구쳐 올라왔는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연신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아가 퇴근 무렵에는 ‘살아가면서 은혜 잊지 않겠다,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다, 정말 감사드린다’라는 문자메시지로 4시간 전의 감격을 간직한 채 감사의 인사를 또 전했다.      


중대범죄 사건은 아니나 아무런 전과 없이 모범적으로 살아온 피고인에게는 어떤 사건보다도 중요하였기에,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는 무죄판결의 의미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커다랗게 다가온 것이다. 오랫동안 법관직을 수행하면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보람과 사명감이 변호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느끼게 된다. 인생 2막을 이렇게 멋지게 보낼 수 있으니 이또한 감사할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산업재해소송 어떻게 하면 이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