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랖 Oct 19. 2024

9급 1호봉 첫 월급

드디어 첫 월급 받았뜨아~~

물론 쪼개진 월급이랑 수당 받았지만 온놈(전부, 하나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으로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착한’딸병에 이어 '좋은'며느리병을 앓고 있는 나는 일단 부모님 커플링!(무려 18K), 시아버님 겨울 코트!


(사연이 무척 깁니다. 저의 또다른 연재작품이죠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면서요!’에서

그 엄청난 에피소드를 공개할 예정이오니 구독! 라이킷!! 눌러 주세욧~ 꾸욱 꾹!ㅋㅋㅋ뻔뻔)


사드리고 다음 꺼 살랬더니 이미 개털!!

박봉인 9급 1호봉이니 뭐..그나마 금값이 그때는 지금같지 않아서 가능했음.


미안해 남편!!

맘 같아선 열 돈짜리 순금 쇠사슬 목걸이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이미 텅장이야~ 진정한 선물은 나의 진정한 마음 아니겠어? 거면 됐지 머~

(참고로 나는 진정한 마음 별로 안좋아하고 실물을 좋아라해~진정한 마음 그거 받아봤자 뭐해? 내 마음만 무거워지지 뭥~ ㅋㅋㅋ)



그리고 마음속으로 약속했던 그거!

신입생 합숙훈련 때 들었던 사회복지관 관장님(강관장님)이 운영하시는 (그 모싯잎떡 만드는 할머니들 )복지관에 남은  전재산 5만원을 탈탈 털어 기부하고   모싯잎 떡 1박스 주문했다.


그리고 매달 3만원씩 기부금 자동이체 신청도 했다.

을매나 마음이 뿌듯하든지...ㅋㅋ 이 맛에 돈 벌쥬~

며칠 후 동사무소로 주문한 모싯잎떡이 배달됐는데 삐뚤빼뚤일 줄 알았던 모싯잎 떡은 그 어떤 떡보다 일렬로 줄 맞춰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고 있었다

그리고 기부하면서 사회복지관 관장님께 그때 신입생 교육때 인상깊게 교육을 들어서 잊지 않고 이렇게 작지만 큰 금액?을 ㅋㅋ 드리게 됐다는 메일을 보냈더니

답장까지 써주셨다. 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 큰 사람이 되실것 같다는 멋진 말과 함께..(근데..저 다 컸는뎅...ㅋㅋ)



그 날도 열심히 근무하고 있는데 구청에 있는 동기 A양한테 전화가 왔다


“언니! 축하해! 언니 이야기가 이번 소식지에 실리게 됐어. 나 인터뷰하러 갈게.”


“뭔 이야기? 미모의 신입 사회복지사가 어르신들 따뜻함을 선사하고 있다고 거기까지 소문이 났나?”


“아니~ 광산구 그 복지관에 언니가 기부했다며? 그 얘기 말이야. 미담이라고 계장님이 이번 소식지에 실으래!”


아니! 이건 또 뭔소리여? 그 얘기가 언제 거기까지

퍼졌댜??


“상금은?”(심각)


“없는데...”


“그럼 사진은 못 찍어드립니다. 제 초상권도 있고 해서 무료는 절대..”


“사진은 안 실리고 그냥 미담만 쓸껀뎁...”


끄응...

아름다운 이야기(미담)를 쓸거면 아름다운 현금이 왔다갔다 해야되는 거 아닙니까? ㅋㅋ라는 진심 그득 담긴 대화를 나누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라고 소식지에 싣는단 말인가..

내가 봉사활동을 한 것도 아니고 죽어가는 사람 살려준 것도 아닌데...






나는 이중인격자다

생선은 날로 못 먹지만 인생은 날로 먹고 싶고 취업은 했지만 출근은 하기 싫고 돈을 힘들게 많이 벌고 싶지는 않지만 엄청 쓰고는 싶다

한마디로 도둑심보! 날강도!

한 번사는 인생!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잘되고 싶다!!ㅋㅋ


이 별것도 아닌 미담이 널리 알려진다는 게  좀 두려웠고 그렇다고 안 알려지는  또 서운하고...


며칠 후 그 담당 계장님과 A양이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그 계장님이 이런 인재가 어디있냐 그 몇 푼 안되는 첫 월급으로 어찌 그런 아름다운 생각을 했냐며..

(그 관장님께 부모님 커플링하고 남은 돈 전부 보내드립니다! 이렇게

썼는데 그것까지 다 알고 계셔서 개깜놀!)

입이 무거운 분은 아니신갑다 그 사회복지관 관장님도..


어쨌든 나의 미담같지 않은 미담은 그달 소식지에 실리게 됐고 진짜로 상금 케이는 상품 1도 없어서 이중인격자인 나는 몹시도 안타까워했드랬다.

(내가 또 언제 미담을 제조하겠어..이번에 확! 끌어서 받아냈어야 ㅋㅋㅋ)



그리고 몇 주 후 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이 있었다.

근데...하..거기강관장님을 딱 마주친게 아닌가..

마주친 게 아니고 내가 어디 소속인지 아시니까 직접 찾으러 오셨더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눴지만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 지면서 뭔가 쎄~한 기분이...

설마..오늘 강연에서 그 미담같이 않은 미담을 소개하실 거는 아니시겠지? 설마~~

.

.

.

가 늘 사람을 잡는다!! 늘!! 언제나!!!

이쯤되면 그 미담은 내것이 아니고 강관장님꺼?

다음 번에 기부를 할땐 익명으로 해야겠다.

이거야 원~...기부하고 나면 기부니(기분)가 좋아야 하는데 왜 자꾸 피곤하냥..

6개월만 하고 쓰윽 취소하려고 했더니 쩝..

1년은 해야될 것 같다...




이전 07화 나는야 9급(나부랭이) 사회복지공무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