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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Oct 26. 2024

동기의 배신

날마다 출근이 즐거운 나는야

9급 사회복지직 공무원 + 시보다!!

6개월 시보 중에 이제 겨우 한달 반가량이 지났고 작은 힘이지만 어려운 분들께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너무 좋아 정말 발바닥에 땀나도록 매일을 뛰댕겼다.

장학금 받게 해준 H군 고모분이 고맙다고 박카스 1박스를 들고 찾아오셨지만 1병이면 족하다고

제가 한 몫이 딱 요거라고 그것만 받았을뿐!!

절대 다른 건 안받았습니다!! 청렴결백 공무원이니까요!

나는 떳떳하드아~


오늘은 독거노인분들 명단을 들고 방문하는 날!!

딩동~~ 미리 전화를 드리긴 했는데 세상이 워낙 험악시러우니 노인분들이라도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을 터.

할아버지께서 아파트 안전고리를 걸고 빼꼼히 얼굴만 내미신다.

“어르신~ 요 앞 동사무소에서 나왔어요. 어른신 혼자 계셔서 생활하시는데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 해서요.”

없으시단다.


안전고리는 끝내 풀지 않으시고 그렇게 눈만으로 나를 위아래 훑으시길래 목에 찬 공무원증을 뙇!

하고 내일었더니

 꽝!하고 들어가 버리신다.


왜 그러시지?

얼굴이 넘나 이뻐서 동사무소에 근무할 것 같지 않고 사기치게 생겼나??

흠...뒤에 한솔이(공익)도 있었눈데 아님 한솔이가 무섭게 생겨서 그러실까?

뭐..세상이 흉허니 그럴수도 ..


“어르신! 뭔 어려움 생기시면 동사무소로 연락주세요 그럼~ 저 갑니다!!”

닫힌 문 앞에서 목청껏 외치고 다음집으로 고고!!


남은 출장지 다 돌고 동사무소로 복귀했더니

아까 그 안전고리 어르신네 아드님이 동사무소로 확인전화를 했더랜다.

혹시 어르신들 방문하서비스가 있냐고. 수상한 2인이 다녀갔는데 동사무소에서 나왔다고 했다고.

아버님이 두려움에 떨고 계시다며...

수상한 2인이라뇻!!


제가 으딜 봐서 수상하단 말씀이십니까?

이리 아리따운 아가...아니.. 아줌...흠...

정직하게 생긴 공무원이 어딜봐서? 왜? 가 뭐? 뭘 어쨌는데여 어르신!!!!!!


아드님과 통화했다. 동사무소 직원이 확실하니 아무 걱정마시라고 말씀해 달라고.

방문이 싫으시면 제외해 드릴까요? 했더니 그건 또 아니시란다. 어쩌라는겨??


예! 어르신~그럼 다음 번 방문 때제 미모를 조금 더 숨기고 가보도록 하것습니다!!(뻔뻔)ㅋㅋㅋ




한 달 만에 구청으로 발령내동기 J양은 매일이 눈물바람이다. 동과는 사뭇 다른 구청 분위기에, 

또 자기 혼자 덜렁 발령이 나버려

적응도 어려웠는지 스트레스를 너무 게 받았다.

아토피 피부염의 일종인 건선을 앓고 있었는데 증상이 더 심해진 모양이다.

동기 중에 누구랑 가장 친합니까? 라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J양입니다!! 라고 말할 거다.

내가 해줄수 있는게 고작 입만 갖고 하는 위로와 손으로 전하는 따뜻한 토닥임뿐이라....

나름 최선을 다해 들어주고 다독여 줬다.

저녁 늦게 힘들다고 전화하면 가정이고 나발이고 다 던져놓고 달려가 같이 머리를 맡대줬다. 뭔 뾰족한 수가 나오는 것도아니지만 그냥 그게 동기로서 할수 있는,

해줄수 있는 의리라고 생각했다 나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니까.

.

.

.

그렇게 한 달이 지났다.

어젯밤에 진짜 수상한? 꿈을 꿨다.

나에게 선풍기 나눔을 해주셨던 행정 주사님이

귀를 파달라고 하는게 아닌가?

예~ 그럼 여기 누우십쇼! 아주 개안~~허니 파드립쬬!! 하고 귀청소를 해주다가 꿈에서 깼다.

요상하다 싶어...아침 출근후 행정 주사님께 말씀드렸더니 어쩐지 귀 한쪽이 시원하더라~하시그냥 웃고 넘기신다.

그때 나는 봤다. 순간  어두워지는 주사님의 얼굴을..

뭐지? 찜찜하게..


꿈은 꿈이고 룰루랄라 씐나게 출장을 다녀왔는데..

정시가 아닌 수시 인사가 났단다.

나와 그 행정주사님이!!!

소~오~~름~~

뭐야 모야~ 나 신끼 생긴거야? 어쩜 이리 딱! 맞춰??

그 주사님도 나도 놀래서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전자문서를 확인했다.

내가 발령난 곳은...

가장 친했다고 믿었고 내진심을 다해 안아주고 위로해줬던 J양!

1 대 1 맞교환이었다.


두 눈을 의심했다.

몇 번을 꿈뻑이다 갑자기 눈앞이 까매져서 아무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행정주사님은 내 꿈때문에 본인 발령이 났다고 농담조로 야!!!를 부르짖었지만

내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며칠전에 총무과에서 전화가 와서 가기싫다고 말씀하셨단다. 물론 나는 아무 연락도 받질 못했다. 최고 말단직 9급 시보니까)


확인 해야했다.

J양에게 도저히 전화할 용기가 안나 카톡을 보냈다.

설마 니가 언니랑 자리 바꿔 달라고 했어?


한 참 후에야 돌아온 답장은

.

.

어디 부서에서 일하고 싶냐고 총무팀에서 물어봐서...그냥 언니 동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버렸어

미안해 언니!


언니?언니라는 말이 지금 나오냐?

뒤통수 후려갈겨 놓고 언니?

하..


윗분 주사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동기 사랑은 개뿔!! 나중에 피터지게 싸우고 서로 짓밟고 올라가는 게 동기라고..

입사한 지 갓 두 달 만에 나는 알게 됐다.

동기사랑은 개뿔!!


공무원 정기 인사는 1년에 2번 있다. 변동은 있지만 거의 1월과 7월쯤에..

그리고 수시 인사 있어 말이 공무원이지 운이 없으면 1년에 몇 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메뚜기 같은 존재다.

그래서 베테랑 주사님들은 A4용지 박스를 꼭 옆에다 두시고 인사 발령이 나면 안녕히 계십쇼! 인사 꾸벅하고 그 다음날 발령난 부서로 출근을 하신단다.

믿을 수 없었다. 끔찍했다.

잔정이 많고 정 떼기세상 가장 힘들어하는 나는 메뚜기 체질이 아닌다.

이런 인사체계를 듣는 것도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데

내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동기한테 뒤통수까지

동시에 맞으니 제 정신이 아니었다.


 내일 임용장을 받고 그 다음날 해당부서로 바로 출근해야 된단다.

이럴 수가...

그럼 제가 두 달 동안 힘들게 발로 뛰어 얻어낸 어르신들과의 친분과 남은 복지 대상자들은 누가 관리하나요? 아직 해드릴게 너무 많은데..

제 얼굴 좋아해주시는 분이 얼마나 많데요...

화장실 어르신 없으면 동사무소 화장실 이용하는것도 꺼리시는데...

오지랖 넓은 나는 지 코가 석자인데도 별의별 걱정이 눈앞에 한가득이다.


누군가 그랬다.

너무 내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말라고..그게 곧 나의 약점이 되어 상대방이 그걸 움켜쥐고 흔들지 모른다고..

그 상대방이 내 동기일 줄이야...

힘들어하는 J양을 위로한답시고 만남이 잦아졌고 아무래도 나의 근무생활 이야기가 이것저것 나왔을 터..

말많은 내 주둥이가 내 발목잡았다!


갑자기 싫어졌다. 내 열정이..내 오지랖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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