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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Nov 02. 2024

돈벌이 하는 곳에서는 절대 울지 않는다!

잘가~”


하루 아침에 구청발령과 가장 친한 동기에게 배신  울상이 되어있는 나에게 사수님이 던지신 다정하고도 아름다운 한마디였다.


“가라면 가고 오라면 오는 거지. 공무원이 뭔 힘이 있나?“

그 말씀이 정녕 최선이십니까? 위로 그런거는 없습니까?


그나마 가장 슬퍼해주는 건 환상의 짝꿍!!

공익 한솔이 뿐이였다.

눈시울이 붉어지길래

울지마 울지마!! 이런 일로 공익이 우는 게 아녀~동사무소를 지킬 사람이 이렇게 나약해서야 원~


애써 분위기를 띄워주며 속으로 눈물을 꿀꺽 삼켜냈다

 평소 그리 친하지도 않던 행정쪽 주사님들 만나자마자 이별이네~하며 별라 다정스럽게 한마디씩 건네셨고

그럼 그렇지~

시크함의 대명사!! 도우미 은아언니는 아예 보이지도 않는구먼. 나 발령난 것도 모르고 있을껴~


오후 2시쯤에 임명장을 받으러 구청 대회의실로 오란다.

휴~ 한숨을 내뱉으주섬주섬 얼마 있지도 않은 내 짐을 싸고 있는데 아까부터 보이지 않던

은아언니가 화장실에서 쏘옥 나온다.


어랏! 눈이 빨간것 같은데...잘못봤나?

손은 짐을 싸면서도 눈은 은아언니를 쫓았다. 몇 번의 시도끝에 나와 눈이 딱! 마주친 언니는 다시 화장실로 직행!

저 언니가 어제 얼마나 술을 또 퍼마셨길래 저런다냐

하고 화장실로 뒤쫓아갔더니


갑자기 언니가 나를 와락! 안더니 울기 시작했다.

왜이래 이 쿨내진동하는 언니가??


“내가 또 이렇게 훌쩍 떠날줄 알고 정을 안줬는데...미안해. 좀더 잘해줄걸. 너무 미안해!“

꺼~이 꺼이 소리까지 내며 아주 찰싹 달라붙어서는....

왜그래 진짜...눈물나겡..


처음부터 은아언니도 찬바람 쌩쌩 나부끼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정을 주면 가버리고 또 가버리니..

늘 남겨지기만 한 언니가 자신을 지키는 방법으로 선택한 게 철벽을 치는 것! 그거 였으리라.

F인 언니가 대문자 T인척 행동하느라 매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코 흥! 해~ 아니 몇 시간째 여기서 울고 있었던 거야?

내가 뭐..어딜가서 미움 받고 그런 스탈이 아니라 언니도 안그런척 하느라 차~암 고생이 많았겠다!

했더니 등짝을 찰싹 때리며 그제서야 시뻘건 눈을 해갖고

웃는다.

그래도 언니!.. 아무리 정 떼기 어려워서 그랬다쳐도

조금 곁을 내줬다면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언니의 모습이 더

다채롭고 좋았을텐데..조금 아쉽다. 그치 언니?


냄새나는 화장실에서의 포옹이 우리의 마직막 일 수는 없어서 그 뒤로도 은아언니와는 만남을 계속 이어갔다.

동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의 횡포가 심해져 10년 이상의 경력직들은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공문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그래서 언니가 다른 지역으로 가버리기 전까지..



구청 임명장을 받고 동장님과 총무님이 나를 발령받은 부서에 인수인계? 암튼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드리기 위해 같이 오셨다.

원래 아랫직원이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면 부서에 계신 높은 분들이 우리 직원 잘~부탁합니다!하고 요래 데려다 주는게 관례인가보다.

옆구리에 임명장을 끼고 인사를 드리러 들어간 구청은...


숨이 막혔다.

좁아터진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서 피곤에 절은 얼굴로 겁나 복잡한 일들을 처리하는 듯한 똑같은 표정을 짓고 계셨다.

내일부터 여기 근라니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니 나는 물건이 아니고 사람인데 동물도 적응기간이라는 게 필요한 법인데 어찌 하루아침에 인사가 나고 그 다음날 바로 출근이란 말인가

업무는 언제 배우고 전에 있던 부서에서 덜 끝낸 일의 마무리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이게 가장 불만이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는다. 업무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바로 실전에 투입된다.

전임자에게 물어보라고 하지만 그 전임자도 새부서에 적응하느라 시간내서 알려주기가 참 어렵다.

공무원 인사는 거의 매년 1월과 7월에 있다.

혹시 민원건이 생겨 문의하실 일이 있으시다면 이 두달은 피하시길 바란다.

분명 새로 발령받고 본인 업무가 파악이 잘 안된 상태에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틀린 것도 많고 오류도 많다!

그러니 민원건으로 구청이나 공공기관을 방문할 시에는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임명장 받으면서 J양과 마주쳤지만..

끝내 아는척하지 않았다..

바다같진 않지만 그래도 냇물 정도는 될 거라 생각한

내 마음의 깊이는 그리 넓지도 깊지도 않은가보다

딱! 간장 종지! 그 사이즈.

배신 때린 동기에게 억지 웃음 따윈 날리고 싶지않은

딱! 그 정도..


마음도 아프고 머리가 복잡해서 거의 뜬눈으로 새우고 동사무소로 마지막 출근을 했다.

나의 동기이자 첫 사수이신 서사수님께 그동안 감사했다고 혹시 요 앞 어르신이 화장실 자주 오셔도 눈치주지 말고

친절하게 해줄 자신거들랑 그냥 모른척 해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이런 멋진 말을 마지막으로 해주셨다


“본인 일이나 잘하세요!!!”


그리고 주사님! J양한테...좀 잘해주세요. 건선(아토피의 일종)이 심해져서 구청에서 일하기 힘들었나벼. 나한테 했던 것처럼 말고 좀더 잘 챙겨줘봐봐여~“

진짜 내 속에 있는 따뜻한 마음을 전부 끄집어 올려서  뒤통수를 후려갈긴 배신자 동기지만..그래도 부탁 말씀 드려봤다.

돌아온 우리 멋진 사수님의 말씀은


“너나 잘하세요!!”

지 코가 석자믄서 남 걱정하고 있네! 라는 말도 덧붙이셨다!

역시 우리 사수님!!!  ㅋㅋㅋ





네임펜 2개로 나와 사건?이 있었던 총무님은 그 뒤로는 별일 없이 그냥 인사만 하고 지냈다. 동장님과 그동안 같이 근무했던 주사님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총무님이 구청까지 데려다 주신단다. 그것도 관례라며..


평소 친분이 그닥이여서 차로 10분 거리지만 퍽 어색했다.

내 발령부서 과장님과 계장님께 나를 잘 좀 부탁드린다고 인수인계?를 해주신 뒤,

 가시는 총무님을 차까지 배웅해드렸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꾸벅하니 갑자기 걸음을 뚝 멈추시더니 그로 꼼짝않고 서계시는 거다

왜그러시? 뭘 깜빡하셨나?

몇 초동안 그대로 서 계셔서


“저기..총무님?”

(총무님은 남자분이십니다)


“자네를 두고 갈라니 발이 안떨어지네. 조금 더 같이 근무하다 갔으면 좋았을 데..많이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어!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같이 근무하세!“


눈이 붉어지셨나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으시고 말씀을 하셨다.

참았던 내 설움이 터져 그만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돈벌이하는 곳에서는 절대 울지 않는다!라는 나의 철칙이 처음으로 깨져버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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