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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랖 Nov 09. 2024

뿌린대로 거둔다

눈물을 얼른 화장실로 뛰쳐들어가 훔쳐낸 뒤 시작된

입사 2개월만의 두 번째 발령지!

구청에서의 하루는...정말이지 길었다.

정기인사가 아닌 탓에 나혼자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앉아있을라니 곤욕이요 또 인증서가 새로 발급이 되지 않아 멀뚱이 앉아있으라니 고통일세~


여기서 내가 부여받은 일은 기초연금(구 노령연금)!

그나마 가장 쉽다고 초짜 시보인 내게 주어진 업무인데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것다

수학도 아닌데 기초연금 환산 공식을 외워야하고 재산기준 금액이 전부 달라고 또 암기해야했고 그 중 제일은 내 팀에는 동기도 없고

사회복지과인데 내옆으로는 행정직 주사님들이 더 많아 숨막히는 어색 그자체!!

(구청은 직급별로 앉아요.통로쪽에 앉아있는 사람이 젤루 직급이 낮아용. 네 ~ 접니다!!)


그래도 통로쪽에 앉아 있어서 오른쪽 다리는 쬐끔 펼수 있었다. 자리가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기지개를 폈다가는 옆 주사님 상판대기를 칠 판!

(사회복지 업무들이 늘어나면서 행정직 주무관들이 많이 섞여있습니다. 관련 업무가 아닌 곳에 발령받아 무척이나 힘들어합니다.)


옆에 계신 주무관님도 행정직(여성)인데 나보다 나이는 어린데 무려 7급!! 20대 초반에 들어왔단다. (편의상 E주사님!)대박!!

(바늘로 찔러도 피한방울 안나올것만 같은 그 삭막함)

쭈뼛쭈뼛 눈치를 살피고 있을라니 답답증이 밀려와서 고개만 빼꼼이 내밀다가 동기 진영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밖으로 잠깐 나가자는 눈빛을 주고 받뒤에 바로 앞 주차장에서 접선을 했다


“하~ 진영아! 언니 숨막혀 죽을것만 같다. 이런 곳에서 앞으로 우찌 일하냐”


“구청도 사람사는 곳인데 뭘~ 그나저나 J양 사건은 들었어. 내 그럴줄 알았다니깐!

걔가 얼마나 이기적인데..가까이 지내지 말지..

건선이 심해져서 총무과 쫓아댕기면서 일 못하것네 난리를 쳤나봐 자기 옮겨달라고. 언니 자리가 편해보이니깐 딱! 거기로 보내달라고!! 암튼 이제 알았으니까 조심해!“


지 살것다고 나를 사뿐히 즈려밟고 갔구나 J양!!

그래 거기서 행복해라! 그리고...넌 편한 자리를 잃고 평생 니 편이 될수 있었던 이쁜 언니 한 명을 잃었다.




구청을 팀별로 움직인다.

점심도 팀별로 구내식당에서 먹는 분위기라 진짜 숨이 턱턱 막힐것 같은데...구내식당은 하..진짜..가관이었다.


청사를 옮기려고 신축 중이다.

그래서 지금 근무하는 곳은 상태가 엉망진창이다. 보수 따윈 없다!! 내 옆자리 E주사님이 알려주시긴 했는데 뭔가 귀찮은 모양새다. 자기보다 나이는 많은데

얼굴은 또 이뿌고(큭) 해서 불편하신거 같고 그것보다는 본인 업무도 과중한데 나까지 떠맡겨지니 싫기도 하실 듯.

식권을 구입해서 E주사님 뒤를 쫄래쫄래 따들어갔더니 후끈한 공기가 훅!

하~ 에어컨이 분명 가동중인데도 덥다. 밥 먹는 내내 땀이 줄줄~ 대화 한마디 없는 이 어색한 분위기!

거기에 음식냄새가 빠져나가기도 전에 사람들 냄새까지 겹쳐서 속이 울렁거렸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우걱거리며 점심을 먹었고 이래서 소화제를 달고 사는구나 싶었다.


구청 앞 약국에 가면 소화제가 종류별로 있다. 강력한 소화제를 찾으시는가?

구청이나 시청! 공공기관 바로 앞 약국으로 가시라!! 생전 보도 듣도 못한 소화제를 종류별로 보게 되실겁니다^^




점심 후 진영이와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이야기꽃을..아니 심폐소생술을 했다. 이렇게라도 해야 오늘 하루 내가 숨을 쉴수가 있을듯.


“언니! 왜 청사를 옮기는 줄 알아?”

진영이가 물었다.


“낡고 너무 좁으니까 옮기는 거 아냐?”


“그것도 맞는데..청사가 낡으면 악성 민원인들이 발로  들어와. 손으로 안 열고.”


이게 뭔 소리냐? 청사 낡은거랑 발로 문여는 거랑 무슨 상관이래?


내 의문은 그날 오후에 풀렸다.

동사무소가 가장 최근접지의 민원해결 장소라면

그 민원중에 가장 악독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구청이나 시청으로 온다.

그래서 구청 찾아온 민원인들은 일단 화가 나 있다.

본인 민원이 해결되면 청렴하고 친절한 공무원이아니면 개삐리리 공무원이다.

진짜 발로 차고 들어와 발로 문을 밀고 나갔다.



내가 있는 과는 노인. 장애인과!(지역마다 과나 팀은 이름이 다를수 있어요)그 중 팀도 여러팀이 있는데 사회복지업무이니 나라에서 주는 혜택을

신청했는데 탈락했거나 받는 도중 끊겼거나..

결국 좋은 일로 찾아올 일은 전무!

거기에 청사가 으리으리하면 그 기세에 눌려 손으로 문을 열고 들어오지만

청사가 지금처럼 낡고 허름하면 만만하게 보여서 발로 뻥! 차고 입장한단다. 내가 두눈으로 직접 봤으니 맞다.


뉴스에서나 나올 법한 일들이 내가 힘들게 시험봐서 들어온 이곳에서. 돈벌이 하는 이곳에서 자행되다니. 그것도 발령 첫 날부터 1열에서  직관하다니..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공무원이 폭언을 당하거나 폭행을 당해도 피해자 공무원이 신고하면 경찰 출동하지 않는다. (같은 공무원이니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며)

대신 때린 민원인이 신고하면 바로 출동한다.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내가 일을 하고 있다니...

(지금은 그 체계가 바뀌어서 악성민원인이 행패를 부리면 누르경찰이 바로 출동하는 응급버튼이 있습니다)



머리가 복잡해지고 초조해질 때쯤!


"누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내 환상의 짝궁  한솔이!!

동사무서에서 접수받은 서류를 오후에 공익들이 모아서

구청으로 가지고 온다.(일명 '사송'이라 하지요)


서류를 잔뜩 들고 해맑게도 뛰쳐들어온다.

"누나! 일 잘하고 있었어? 은아누나(도우미)랑 나랑  J양 아주 왕따를 시키고 있으니까 억울해하지 말고 울지말고 일해야 돼~"

하면서 초콜릿 1개를 내손에 쓰윽 쥐어준다


에이~한솔이 그렇게까지는 안해도

돼~~~~~~~~(ㅋㅋㅋㅋㅋ)

왜이리 힘이 나냣?

사람이 뿌린대로 거둔다는 거는 좀 배워도 될듯 하지?

그럼 뒷일을 부탁한다!익! 충성이닷!

ㅋㅋㅋㅋ



내일 또 사송 올때 들른다며 뒤돌아가던 한솔이가 다시 와서는


"근데 누나! 서주사님이 오늘 J양 울렸어!"


"왜?"


"악성 민원인이 왔는데..그냥 모른척 J양한테 맡기고  나가버리더라? 서주사님이 봤을때도 J양이 얄미웠던 거지."


절대 그럴 분이 아닌데 의아했다.


서사수님께 전화를 걸어봤다


"주사님 나야~"


"어~ 잘 버티고 있어? 힘들면 그냥 때려쳐! 남편이 돈 잘 버는데 뭐하러 이꼴저꼴 보믄서 돈벌러 댕겨?"


하신다 역시 울 사수님!!

나름의 위로 방식이구나를 이제야 깨닫는다.


"주사님! 나 저녁이라도 사줘봐봐. 첫 사수님이 밥한끼 안사주냐? "

...

그럼 그렇지..답이 없으시다.

저녁시간은 무조건 가족과 함께인 게 철칙인 분에게 내가 너무 과한 부탁을 드린 모양이다

"아니 됐...


"그래!! 대신 비싼 건 안된다!!"


엥? 진짜?

뭔일이래 이 양반이?


갑자기 또 눈물이 나올려고 해서 허벅지를 꽉!꼬집었다.

말은 따뜻하게 못해도 나 혼자 발령난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J양에그렇게라도 복수를 해주셨던 거고..


감사합니다! 나의 첫사수님!

사수님 덕분에 편안히 일하다가 갑니다.

다음에 만나면...

그땐 더 잘해봅시닷!!! 내가 아주 더 열심히 할껴!!


그 시절에 대한 평가는 시절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내 열정을 활활 불살랐던  그 2개월의 시절이...헛수고는 아니였나 보다.


또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아주 엄~~비싼 저녁 사달라고 할꼬양~~~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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