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랖 Nov 16. 2024

공무원에 적합한 인재상


구청 발령 첫 날!!!

드디어 퇴근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5시 50분부터 벽시계를 째려봤더니 눈도 피곤하고

낯선 환경에 하루종일 긴장 탔더니..

피곤하다..


드디어 6시 땡!!

벌떡!!!

읭? 왜 나만 벌떡이냣?  뭐지? 시계가 잘못됐나? 아무도 꼼짝하지 않고 그대로 열일 중!

머쓱하여 조용히 엉덩이를 뒤로 빼고 앉는데 우리 팀 도우미 (각 팀마다 사회복지 도우미분들이 계십니다. 복사도 해주시고 사송 온 서류정리며 우편물 정리며

각 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재들이죠^^)

옥선 언니가 활기찬 목소리로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인사 후 쌩~ 나가버린다.



도대체 뭘까? 이 낯선 분위기는?

퇴근 시간에 왜 아무도 움직이질 않는걸까?

 또 힐끔 진영이를 넘겨다봤다.

어랏? 진영이도 코박고 열일중일세.

구청은 퇴근시간이 6시간 아닌가? 난 할 일이 없어서(아직 인증서를 못받아 하루내내 법규집보고 책상 먼지 닦았어요ㅜ.ㅜ)

집에 가고 시푸당~ 이 분위기 적응안돼 딱 죽겄네! 동사무소 같았으면 공익들이 5시 55분부터 샷다문 내릴려고 준비 일텐데..


6시 반쯤 되니 여기 저기 정리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내 옆 E주사님께 넌지시

“주사님~ 퇴근 안하세요?”

“전 일이 남아서요 먼저 가세요” 하신다


계장님도 일하고 계신데 이거이거 최말단이 먼저 가도  되나싶어 숨죽이 애먼 가방끈만 쥐었다놨다 하기를 수십 번..

7시쯤 되니 계장님이 먼저 들어가신다며  나가셨다.

나도 뒤이어 인사를 꾸벅하고 나온긴 했는데..

구청은 6시 땡! 퇴근이 아닌가보다.

절망이다. 공무원의 생명은 퇴근인데..

그렇게 피곤과 충격에 휩싸인 하루를 보낸 뒤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다음 날, 나름 일찍 출근한다고 서둘러 왔건만 계장님은 벌~~써 자리에 앉아 계신것 같았고

옆자리 주사님들은 자리엔 안계셨지만 이미 출근하신 듯  옷이며 가방이며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 이것 참..적응하기 힘들고만. 같은 공무원인데 동사무소랑 구청이랑 이렇게 다르다고? 대~~박!!


동기 진영이가 어제 알려줬다.

일단 출근하면 과장님자리부터 시작해서 과를 한 바퀴 돌면서 “안녕하십니까?”인사를 하고 제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넓지만 다닥다닥 붙어있는 의자때문에 비좁은 사이 사이를 요래요래 비켜가 “안녕하십니까”꾸벅꾸벅 외치며 돌아댕겼다

근데 이상하지? 분명 아침인사인데..'안녕하십니까' 가 아니라 왜 “죄송합니다” 이런 느낌이냥.

물론 나 말고 전체 주사님들 한 바퀴 순회인사를 하며 제자리에 앉으셨다.

내일부턴 아예 가방을 들고 인사드린 후에 자리에 앉아야겠다. 동선도 줄일 겸.

인사 한바퀴 했을 뿐인데 아침부터 피곤타. 

퇴근하고 싶다.ㅜㅜ



우리 계장님은 최연소, 초고속 승진을 하신 분이다.

근데 사회복지직이 아니라 일반행정직!

기피부서에 자진해서 근무하면 다음 승진에

플러스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난 이번에 이 스피드 계장님을 겪고 나서 알게 됐다. 초고속 승진! 최연소 승진! 이런 타이틀이 얼마만큼 어마무시한 수식어인지.


일단! 본인 뿐 아니라 직원들이 회사에 희생하길 바란다. 주말, 공휴일? 흥!! 그 스피드한 분들에겐 그냥 평일 껌정 날짜일뿐! 뭔가 숫자로 보이는 성과를 좋아라하는 분들이라 본인 뿐 아니라 부하직원들을 족쳐서 그 성과를 내고 싶어한다. 다는 아닐지 모르지만 우리 스피드 계장님은 딱 그랬다.

출근은 새벽에!  퇴근은 누구보다 더 늦게!!

퇴근했다가 또 밤에 출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단다.


도대체 왜??

더 무서운건.. 야근과 주말출근을 부하직원들에게도  강요한다는 거다.

월요일에 출근했더니 계장님이


“00씨! 왜 주말에 출근 안했나요?”

예? 이게 뭔 개소리여?

 주말에 출근을 왜 하나요? 그럼 다 말고 옆에 계신 두 분 주사님들은 주말에 출근하심?

(우리 팀은 계장님, 나, 두 주무관님 해서 총 4명! 사회복지팀인데 사회복지직은 나 혼자! 나머진 일반행정직, 결론은 나 빼고 3명이 한 편!!ㅋㅋ)


 뒤로 다른 곳으로  발령날 때까지 나는 억지 주말출근을 하게 된다. ㄷㄷㄷㄷ 안그럼 계장님이 월요일에 무서운 얼굴로 족칠 테니까.

혹시 주변에 최연소 +초고속 승진을 하신 분이 계신가?

그렇담 피해라!! 당신이 초고속으로 늙을지 모른다...


E주사님(여성) 옆 그러니까 계장님 바로 아래 H주사님(남성)은 동료들 사이에서도 4가지 없기도 유명하신 분이다

병가를 쓰실 정도로 아토피가 심하신 승진때문에 그러질 못해 성격도 팍팍하고 늘 미간 인상 팍!은 기본이요 소문에 의하면 아들까지 아토피가 심해

유치원 생활마저 어렵다고 들었다. 본인 몸도 괴로운데 어린 아들까지 아토피로 고생이니 나오는 말이며 행동이 부드럽지 않은게 당연지!

싶다가도 같이 공노비로 개고생하는 동료들한테까지 괴팍하게 군다는 것은 쫌...(아직 말 한마디 안해봤음.)


나도 성인 아토피로 10년 넘게 고생해본 지라 그 괴로움이 어떠한지는 좀 안다. 지금은 아토피 피부염은 조금 완화됐지만 합병증인 천식이며 알레르기가

심해 삶의 질이 아주 바닥이다 저질 저질!!


H주사님도 저질이시다 ㅋㅋㅋ 삶의 질이!! 민원인과는 늘 전화로 다투시고 동료들과 싸우고 웬만해선 또 말을 잘 안하신다.

살얼음판이다 우리 팀은. E주사님도  H주사님도 하~ 버겁다 버거워! 스피드 계장님도!! 윽!


근데 나도 나중에 알았다.그 괴팍한 H주사님이 윗분한테만은 그라고 싹싹하다고.

계장님이 전화하면 한밤 중이고 새벽이고 무조건 달려나와 대리운전이며 뒷수발이며 술자리는 늘 동행해서 뒤치다꺼리를 하신다고.

왜 아토피가 저리 심해지셨는지 알것만 같았다.(아토피는 금주가 기본이거늘!!)


그 공장같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다.(팀별로 점심을 먹습니다)

H주사님이 대뜸


“00씨 대단하네. 내 친구들은 아직도 공무원 시험 본다고 공부 중인데... ”


하신다. 놀라서 숟가락질을 딱 멈췄다. 잘못 들었나?

몹시도 다정한 말투에 나도 놀라고 E주사님도 놀라고...

저 인간이 무섭게 왜 저러냐 싶은 눈빛으로 옆에 계신 주사님들도 쳐다보신다.

어제 옆 팀 주사님과 대판 싸움이 나서 죽이네 살리네 한바탕 난리가 난 뒤라 다들 어안이 벙벙하신 모양이다.


어쩌면 H주사님도 공무원이 안됐다면 그 아토피로 개고생하지 않았다면 성격이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변하진 않지 않았을까? 혼자 생각해본다.

조용히 감사합니다! 를 외치고 꾸역꾸역 숟가락질을 계속했다. 

마도  너무 더운 탓에 벌겋게 번진 내 아토피 흔적을 보신건 아닐까 싶다. 여름엔 접히는 부분에 땀이 차 

그 가려움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뜩뜩 긁을 수도 없고 해서 찰싹찰싹 때려주다가 안되면 얼음을 슬며시 올려놓곤 한다. 아마 그걸 보셨나보다 혹시 ..동병상련??ㅋㅋㅋ

헙! 이럴 때가 아니지 멈추지 말자 숟가락질!!

스피계장님 식사속도에 맞춰 일어서야 하니까..


동사무소에선 점심시간이 따로 없었다.(지금은 법정 점심시간이 생겨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나 근무할 땐 식사를 하다가도 민원인이 오면 뛰쳐나가고 튕겨 나가고..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니만

구청으로와서는 어려운 나리들 모시고 식사할라니 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하~ 직장인들에겐 점심시간은 고통의 연속이구나..밥벌이 하러 나와서 밥도 맘 편히 못먹고..

직장인들의 꽃은 점심시간이라고 했거늘...내가 꽃이라 그런가? 나에겐 점심시간의 꽃이 없구낭!! 누굴 탓하랴 내 미모탓이지 ㅋㅋㅋㅋㅋ


나는 기초연금 담당이라 매달 연금 나가는 그 주간 전후로만 바쁘고 그 뒤로는 바쁠일이 별로 없다

다행히 도우미인 옥선언니가 거의 나와 같이 일을 나눠해서 전산 처리하고 우편물 보내고 둘이 나눠하면 널널한 편이다.

하~ 근데 스피드 계장님은 야근을 강요하신다. 할일이 없다고요!!

시보 나부랭이가 그런 말따위는 할 수도 없고 퇴근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까지 자리지키고 앉아있을라니 진짜 딱 죽겄네!!

민원인 눈치보랴 윗분 나리들 눈치보랴..이래서 다들 얼굴이 이리들 죽상이실까..


발령받고 얼마 후에 정기 인사가 났다.

다행인지 어쩐지는 모르것고 일단 우리팀은 그대로다. 환영식한다고 회식이 잡혔다.

나는 술을 못마신다. 그땐 간에 해독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그리 술을 퍼 마실일이 없었으니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 간은...개복치!! 알코올을 분해할 능력따윈 갖고 있지 않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시는가?? 그럼 술부터 배우시라!!!! 

 으로!!!소맥을 정말 예술적으로 잘  줄 안다면

당신은  공무원에 적합한 인재상!! 근무 잘 할때 보다 더 많은 박수와 칭찬을 받으리라~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뭐 그리 소맥을 좋아라하고 뭘 자꾸 말아드시는지.알쓰(알코올 쓰레기!술을 못마신다는 뜻)인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일이다. 

술을 못마신다고 해도 술잔을 쥐어준다 아주 꽉!!!

심지어 임산부에게도!(마시진 못하니 잔이라도 받으란다! 도대체 왜?술 아깝게 뭐하는 짓거리들인지..쯔쯧)


(물론 아닌 분들이 많겠지만 제가 근무했던 곳의  높은 나리들은 거의 그랬음)

술 마시다 쓰러질망정 계장님이나 과장님이 주시면 무조건 받아 마셔야 한다고

그 밑에 계신 보필러 주사님들이 더 난리다.

지금 같으면 감사실 갔을 법한 얘기지만 나 때는 아무렇지 않게 자행됐다. 



술을 못마시는 나는 우리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죄인처럼.. 자괴감이 들 정도로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내가 마실 술까지 내팀원들이 다 마시고 고통스러워했으므로..

연차가 좀 됐을 땐 뒤치다꺼리를 떠맡았다. 술취한 분들 모셔다 드리고 대리 불러드리고 팀원들 약 수발이며 안전귀가 처리까지. 그렇게 해야만  내가 그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술을 못 마시는가? 그렇담 공무원에 적합한 인재가 아니다. 특히 남자분이라면..다른 직업을 조심히 권해드고 싶다.

(분명 아닌 팀과 과도 많습니다. 그러나 제가 다닌 곳은 거의 그랬습니다.)



2차는 무조건 노래방!!

음주가무를 즐겨야 계장님 되고 과장님 되나보다. 전~~부!! 한 명도 빠짐없이 노래방을 좋아라하신다 윗분 나리들은!!

노래방으로 향하는 길에 연차 20년은 훨씬 넘으신 여자 주사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들렸다.

“ 오늘도 더듬으면 어쩌냐? 술 처 먹고 꼭 노래방을 가야된다니깐 인간들은!”

귀를 의심했다. 더듬는다고? 혹시. 설마..성추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