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이 돌아가시는 꿈을 꿨다.
새벽에 눈을 뜬 나는. 로또를 살 꿈인가? 하고 떠지지도 않는 눈을 부여잡고 검색에 검색을 해봤지만..쩝.. 아니었다.
찜찜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지만..뭐 이렇다할 일 없이 지나간듯 한 밤 11시 40분쯤
카톡!
《언니들~ 저..아빠가 오늘 돌아가셨어요. 장례일정 잡히면 연락드릴께요.》
이건 또 뭔 소린가.
잠이 확 달아났다.
입원하셨단 얘기도, 어디 아프시단 소식도 못들었는데
이건 또 뭔 마른하늘에 폭염경보란 말이냣!
놀래서 단톡방에 메시지를 보내봤지만 그 뒤로 진영이에게 온 답장은 볼수 없었고
정은언니와의 대화만 이어졌다.
정은언니도 진영이한테 이렇다할 얘기를 전해들은 게 없단다
놀란 가슴이 웬만큼 진정되자
서운한 마음이 폭풍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니, 이것이 저번에도 그러더니 또 이렇게 뜬금포를 날려서 사람 서운하게 하네!'

공무원 입사 동기로 만나 나는 퇴사하고
감사하게도 이 둘은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나보다 한살 위인 정은언니는 완전 대문자T(사고형)다.
동생 진영이는 T성향인지 F성향인지 도대체가 아직 파악이 안된다. 뭐..말을 잘 안하니깐...(T에 더 가까운 듯)

(ㅋㅋㅋ죄송해여 날도 더우니 함 봐주세용!)
그래~ T것들 사이에는 상처받는 건 맨날 F지!! (드릉드릉)
황망한 마음도 들고 서운한 마음도 들고...
거의 날을 새다 시피 한 나는
아침 일찍(월요일)정은언니에게 연락을 해서는
“ 언니! 나 일찍 장례식장 가봐야겠어. 무슨 일인지도 들어봐야겠고 진영이 얼굴도 보고 와야겠어.”
월요일이라 출근을 해야하는 언니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같이 가~ 나 연가 내고 가자.”
언니도 잠을 설쳤단다.
“너 다리 아프니까 언니가 델러갈께.”
아 맞다!! 발목을 삐긋해서 나 지금 다리 아프지?
이제 알았네. 통증에는 깜놀과 서운함이 즉효라는 걸..
언니 차를 타고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가는 차 안에서도 언니! 어쩜 진영이가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어? 미리 언질이라도 줬으면 얼마나 좋아?
그건 그래(T가 할 수 있는 나름 최대한의 공감표시)
4층 402호 확인후!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른 아침이라 친척들 몇 분 와계시고 장례도우미 분들도 이제 막 와서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진영이를 찾아 두리번 두리번...
아버지 영정 앞에 앉아있는 진영이가 우리를 보고 선
“언니~~~”
어린 아이처럼 울면서 달려와 안긴다.
그 순간.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우리 셋은 조용히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언제 서운했냐는 듯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셋이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결혼도 안 한 것이 오빠가 있다지만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하는 마음이..
왜 이제서야 드는거냣? 나 진짜 못났다 못났어!!
우리가 어떤 사이인데..
나의 거지같은 몇 번의 폭풍같은 삼재도 같이 뒤집어써주고 볼꼴 못볼꼴 같이 삼켜주던
의리의 삼총사가 아니었던가.
눈물을 훔쳐내고 살아생전 뵙지 못했던 진영이 아버님께 인사를 올렸다
금요일 저녁 야근을 하다가 (진영이)고모에게서 다급한 전화 한통을 받았더랜다.
아버지가 폭염에 밭일하시다 쓰러지셨는데 지금 119에 실려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얼른 엄마 모시고 병원으로 오라고.
뇌출혈이었단다. 병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고 그렇게 가족들 다 모인 자리에서 눈맞춤만 겨우 하시고 떠나셨다고.
그 시간이 우리가 연락받은 일요일(어제) 저녁 쯤이었다.
얼마나 놀랬을까.
물론! 아버지랑 사이가 좋은 건 아니었지만서도 흠흠.
갑작스러운 마직막은 누구에게나 가슴이 먹먹한 것을. 황망한 것을.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아픈다리지만 상주와 맞절까지 퍼펙트하게 클리어!
자빠질까 완전 긴장했는데 ㅋㅋㅋ(잠깐..지금 웃을때가 아닌뎁. 장례식인뎁. 죄송)
진영이를 위로한 뒤 자리를 잡고 정은언니와 나는 음료수로 일단 정신을 가다듬었다. 뭐 도와줄게 없나 두리번 거려봤다.
문상객들이 오지 않은 이른 시간이라 할 것도 없고
밖으로 나와봤더니 근조화환이 떨렁 1개가 와있는게 아닌가?
고민됐다.
근조화환은 한번도 보낸적도 없었고 이걸 또 개인이 보내도 되나 싶고..
남편에게 sos를 쳤다. 개인이 근조화환 보내도 돼? 당연하지~
정은언니랑 나랑 근조화환에 쓸 이름을 고심했다.
우측에는 삼가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고정이고
문제는 좌측인데...
”그냥 J자매로 할까?“ (정은언니)
“언니! 지금 승진 축하 꽃다발 보내냐? 뭔 근조화환에 J자매냐?”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우리 이름을 쓰기로 했다.
우리 이름 그 자체면 됐지 뭘 더.
(뒷이야기지만 남편 왈! 그렇게 애매할땐 그냥 아무거나 갖다 붙여서 보낸다고. <바이오메디칼 이지랖대표> 이런 식으로다가 ㅋㅋㅋ 아놔~ 진작 그런 소스를 제공해주셨다면야
근사하게 그렇게 보낼것을 아오!! 아까워~
담번에 <카카오 브런치팀 이지랖 > 이렇게 보내야쥐!! ㅋㅋㅋㅋ아...장례식에 이렇게 웃으면 안되는뎁. 다시 흠흠)
장례식장에서는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이미 두번의 장례식을 치뤄본 내 기준에선 그랬다.
그런데 자꾸 시간이 신경쓰였다.
곧 점심시간이 되면 나에겐 전직장, 진영이에겐 현직장 동료들과 윗분 나리분들이 몰려올텐데.. 하~..어쩌나..
난 아직 그들을 웃으며 반갑게 맞이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11시 30분이 조금 지날 무렵, 정은언니가
“갑자기 우르르 들이닥치기 전에 먼저 가. 나는 좀더 있다가 갈게.”
내 불안한 표정을 읽었을까 저 대문자 T 정은언니가?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찐친의 장례식장에 끝까지 앉아있을 수조차 없는 내 자신에게 화가 나서,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읽어주는 정은언니의 진심에...
결국 난 일어났다.
근조화환 온 거까지는 보고 가려고 했는데. 진영이한테 “저기..진영아..언니가.....
“언니! 얼렁 가~ 곧 동료들 올 시간 됐어! 와 줘서 너무 고마워.“
이런 쒸....장례식장이니깐 괜찮아 눈물 줄줄 흘러도...
”그래..미안해..“
하고 나오려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동료들과 윗분 나리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다행이 계단쪽으로 나와서 몇 명만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빠져나올 수 있었다.
4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면서 아팠던 건 다친 내 다리였을까, 아님 장례식장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내 소심한 마음이었을까.
연가를 낸 정은언니는 그날 장례식장에서 삼시세끼를 다 해결했고 상주들도 들어가지 않았던 상주님방에서 휴식까지 취한 후 밤이 되서야 귀가를 했다.
진짜 상주 진영이가 그만 좀 가라고 등떠밀어도 안갔다는 후문이 ㅋㅋ 누가 상주인지 헷갈렸다는 소식도 ㅋㅋㅋ
“언니! 오늘은 언니가 진영이 옆에서 지켜줘. 내일 발인은 내가 갈게!”
정은언니에게 카톡을 보내고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이쁘게 꽃단장을 하고 여름정장을 빼서 얌전하게 차려입었다.
진영이 아버님 가시는 마지막 길인데 아무렇게나 입을수야 없지?
레고(경차 레이) 가자!!! 광주 영락공원으로 향했다.
이미 몇번 와본 곳이라 익숙하다 익숙해.
역시나 이곳은 늘 북적인다.
진영이를 발견하고 조용히 옆에 앉아 자리를 지켜줬다. 그리고 화장하러 들어가시는 마지막 그길까지 함께하고
가족들끼리 조용히 애도하시라고 나는 레고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진영이에게 카톡이 왔다.
“언니들! 아버지 잘 보내드리고 왔어요. 언니들이 제 삶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인지 이번에 또 한번 알게됐어요. 고마워요”
F였구나...너는...
진영이에게 이런 사랑 고백을 죽기 전에 받게 되다니.
내가 전날 꾼 “친척이 돌아가시는 꿈”은 예지몽이었네!
이제 우리는 친구를 넘어서 친인척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