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을만큼 깊어지고 있다.
그만큼 겨울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도시에 살면서 딱히 겨울나기가 따로 필요 없는데도
겨울을 코앞에 두면
어쩐지 마음이 분주하다.
오랜 시간 인류의 머릿속에
자연의 섭리에 따른 삶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서일 것이다.
특히나 겨울 잠을 자야 하는 곰에게
가을은 더 부지런해져야 하는 계절이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에서도
엄마 곰과 아기 곰이 겨울나기 준비로 분주하다.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는
깊은 가을의 다채로운 숲처럼
여러모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는 책이다.
곰의 생태, 가을 숲, 머루 나무, 연어 ……
자연과 과학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고,
엄마와 아이의 따뜻한 정을 느껴볼 수도 있고,
판화 그림책의 감성을 다른 그림책과 비교하며 볼 수도 있고,
교육 철학을 논할 수도 있다.
책 속으로
표지부터 판화의 질감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흔치 않은 판화 그림책.
데지마 게이자부로의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
판화로 이렇게까지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판화가 지닌 독특한 음양 표현도 이야기를 살린다.
글은 또 얼마나 서정적이며
묘사가 아름다운지,
끝없이 펼쳐진 높은 하늘 아래 단풍이 물드는 가을 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어치 우는 소리도 들려온다.
그리고 그 가을 숲에서 겨울 잠을 자기 전
부지런히 머루 열매를 따먹는 엄마 곰과 아기 곰
아기 곰은 곧 밤이 되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와 연어를 잡으러 갈 생각에 설렌다.
달빛이 숲을 물들이는 밤이 오자,
아기 곰과 엄마 곰은 강가로 간다.
아기 곰이 묻는다.
올까요?
정말 올까요?
…
그럼, 틀림없이 올 거야.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 본문
“올까요?
정말 올까요?“
하고 묻는 아기 곰의 그 짧은 질문에서
기대와 설렘과 행여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 드디어 은빛 연어들이
줄지어 몰려든다.
연어를 잡을 준비를 끝낸 엄마 곰
한참을 물속에 있더니
드디어 커다란 연어를 물고 머리를 내민다.
아기 곰이 신이 나서 다가가자
엄마 곰이 말한다.
네 힘으로 잡아야지!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 본문
엄마 곰에게 한수 배운다.
모든 것을 떠먹여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부모는 늘 아이보다 한 발 앞서
아이의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대신해주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하지만 이런 부모의 앞선 행동은
아이의 능력을 퇴보시키는 일이다.
실수를 통해 성장하고
경험을 통해 느끼는 것을
부모가 앞서 해결하고 나면
아이는 느낄 수 없고, 스스로의 힘을 키울 수 없다.
연어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 끝에
엄마처럼 물속으로들어가
마침내 연어잡이에 성공한 아기 곰!
까만 밤하늘 아래 일렁이는 물결과
노란 달빛, 연어떼,
그리고 반짝이며 투명하게 튕겨오르는 물방울 하나까지
표현이 그야말로 예술이다.
아기 곰은 연어를 처음 먹습니다.
제 힘으로 잡은 연어 맛이란!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 본문
엄마 곰은 아기 곰이
참으로 대견하게 여겨질 것이다.
아니 어쩌면
아기 곰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이런 성취감이 나중에
아기 곰에게는 자존감으로 남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어려운 일에 맞딱드렸을 때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
자기의 일은 자기 힘으로 해내는 능력을
키우고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게 바로 어른의 일이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속에 내재된 숨은 것들을 꺼내는 일이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교육자와 보호자의 역할이다.
책 밖으로
<아기 곰의 가을 나들이> 독후 활동
★ 판화 그림책의 느낌은?
★ 북쪽 나라 가을 산은 어떤 모습인가?
★ 아기 곰이 엄마보다 나무를 더 잘 타는 이유는?
★ 아기 곰과 엄마 곰은 겨울나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나?
★ 곰은 어떤 동물인가?
★ 연어를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엄마 곰은 왜 아기 곰에게 연어를 잡아주지 않았을까?
★ 내가 만약 엄마 곰이라면 아기 곰에게 연어를 잡아주었을지,
아기 곰이 스스로 잡게 했을지 이유와 함께 말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