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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킹맘 May 09. 2024

어버이날 카네이션 대신 받은 것

엄마, 아빠. 그동안 저희를 키워주시고
많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버이날 아침이었다. 열 살 난 둘째가 카네이션 대신 책갈피를 건넸다. 생화 몇 개를 넣어 예쁘게도 꾸민 책갈피였다. 꾹꾹 눌러쓴 편지글에 아이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빨간 하트도 세 개나 그려져 있었다. 카네이션 꽃을 받은 것보다 더 좋았다. 매일 읽는 책에 끼울 수 있을 테니까. 학교에서 다 같이 만들었을 책갈피 하나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고마워, 둘째야. 


중학생인 큰 아이는 아침에도 별말 없이 학교를 가더니 오후에 카톡을 보내왔다. 평소 말을 길게 하지 않는데 카톡이라 꽤 긴 글이었다. 그중에서도 이 말 한마디가 나를 울리고 말았다. 요즘 엄마, 아빠와 보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진다는 말이었다. 세상에나. 나도 그렇단다. 첫째야.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아이들에게는 매일매일이 어린이날인데, 부모에게는 단 하루만이 어버이날인 것 같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으니 당연한 얘기일 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어버이날은 내겐 양가 부모님을 챙기는 날이지, '사랑을 받는' 날은 아니다. 두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는다면 그때야 어버이날 대접(!)을 받을 수 있으려나. 


매년 5월은 기념일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단 하루라도 그냥 넘길 수 없는 날이다. 고마운 마음을 눈에 보이도록 표현해야 하는 날이 연달아 있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감사할 수 있는 것도 내게 주어진 '기회'라 여기면 느낌이 달라진다. 챙겨야 할 아이들, 부모님, 아이들의 선생님까지 나를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만드는 주인공들이니 말이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지 못했어도 나는 행복한 엄마다.  나의 엄마 노릇은 언제나 점수 미달이지만, 아이들에게서 받는 사랑은 언제나 흘러넘치니까. 아이들에게도 편지를 써줘야겠다. 표현에 인색한, 무뚝뚝한 엄마가 잘하는 건 그나마 편지 쓰기일 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엄마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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