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인생독본>
자찬하지 마라.
높은 자리를 찾지 말고 받아들이지도 마라.
- 레프 톨스토이, <인생독본> 중에서
지난주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그것도 사흘씩이나 열려 딱 그 기간만큼 야근을 했다. 청문회에 나서야 하는 후보자와 국회의원들 뒤에는 나 같은 관계된 사람들이 정말 많다. 새벽이 되어서야 청문회가 끝났고, 퇴근해서 쪽잠을 자고 다시 일어났다. 누군가의 삶이 온 국민 앞에서 몽땅 까발려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의문이 들었다. 인간은 왜 높은 자리를 찾아 오르고 또 오르는 것일까.
그 자리가 그렇게 탐이 나는 것일까. 장관급 고위 공직이라면 누구나 오르고 싶어 하는 높은 자리가 맞다. 하지만 사흘간의 인사청문회 앞에서 나 같은 사람은 버티질 못할 것 같다. 높은 자리를 찾지 말고, 받아들이지도 마라는 톨스토이의 말에 "맞아, 맞아" 하고 도망치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신중하며, 말은 줄여라. 묻지 않으면 말하지 마라. 물음에는 짧게 대답하라. 모를 때는 당당히 모른다고 말하라. 논쟁을 위한 논쟁을 하지 마라. - 레프 톨스토이, <인생독본> 중에서
말은 줄이고, 모를 때는 모른다고 말하는 것. 이게 쉬워 보이지만 쉽지 않다. 인사청문회를 (억지로) 지켜보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여기에 하나 더, 겸손함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당한 것은 좋다. 그런데 오만해 보이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당당함과 오만함 그 경계 어딘가에서 사람들은 각자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보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소심함이 청문회를 지켜보며 민낯으로 드러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은 자신 바깥에 있는 것을 보아야 비로소 자신을 알 수 있다. 자신의 힘을 타인의 힘과 견주어보라. 자신의 이해관계와 타인의 이해관계를 견주어보고 타인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라. 내 안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인의 존엄성에 경의를 표하라. - 레프 톨스토이, <인생독본> 중에서
고위공직자의 자격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이곳에서는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각자의 목적을 위해 공격적이거나 무례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세상에서 가장 무례하고 답답한 대화를 지켜보고 싶다면 인사청문회가 답이 될 수 있겠다. 사흘 밤낮으로 지켜본 인사청문회는 국어 시간에 배운 말하기와 듣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타인의 존엄성에 경의를 표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는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높은 자리에 오를 일이 없겠지만, 혹시라도 높은 자리에 오를 일이 있다면 받아들이지 않으련다. 그저 주목받지 않아도 내 삶을 조용히 살 수만 있다면 그게 복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도 출근길에 나서는 나라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