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린밸브스, <공간의 위로>
우리는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고 충분히 보상해주지 않는 인생에 매여 살아간다. - 소린밸브스, <공간의 위로> 중에서
2년 전, 남편이 극구 말렸지만 코스트코 멤버십 카드를 만들었다. 나도 살림 잘하는 주부들처럼 코스트코에 가서 대량으로 장을 보고, 야무지게 소분해 낭비 없이 살아보겠노라 호언장담을 했더랬다. 남편은 나를 믿지 못했다. 아마 1년에 두 번은 겨우 갈 테고, 가면 쓸데없는 것만 잔뜩 사들일 거라고도 했다.
반은 틀리고 반은 맞았다. 남편의 예감은 틀리기가 어렵나 보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멤버십 회원이 되었지만, 1년에 한두 번 가서도 물건을 잔뜩 사 왔다. 먹거리는 그나마 나았는데, 그 외 물건은 집 앞 편의점에서 사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면, 오랫동안 쌓아두며 자리 차지하는 걸 지켜보게 된다. 왜 대용량을 샀을까 싶을 만큼 쓸데없는 소비가 돼버린다.
명품 소비는 안 하는데, 일상용품 소비를 갑자기, 대량으로 하다 보니 집안이 어수선해져 갔다. 문득 내 삶이 무겁게 느껴졌다. 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말이 여기에 딱 어울린다. 왜 우리는 무심코 쓸데없는 잡동사니에 우리 인생을 묶어두는 것일까.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면서 말이다.
이혼이나 이직, 새로운 관계 등, 어떤 이유로든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변화를 맞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당신이 살고 있는 공간을 재평가하고 물건을 버리고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 소린밸브스, <공간의 위로> 중에서
요즘의 나는 복직 후 직장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고 애쓰며 적응 중이다. 매일 늘어나는 스케줄과 짐에 둘러싸여 숨이 막힐 때가 있는데 이럴 때 이 문장을 만났다. 내가 머무는 공간을 재평가하는 것. 그리고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거나 제 자리를 찾아주는 것. 더 이상 미룰 일은 아닌 게 분명하다.
오늘은 퇴근하기 전, 책상 위와 서랍을 정리해보고 싶어 진다. 물건이 많아도 꼭 필요한 것만 두면 좋을 텐데. 나는 왜 사무실에 내 살림을 차리려 했는지 모르겠다. 오직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방출하고 청소해야 한다.
공간을 청소하고 돌봄으로써 감사하는 마음을 일으키라.
마음이 청정해지면 그 사람의 주변도 청정해진다. - 붓다
힘이 빠질 땐 사람에게서 위로받기도 하지만, 내가 오래 머무는 공간 안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 공간이 주는 위로감을 놓치지 않고 싶다. 오늘은 회사의 내 공간, 내일은 우리 집까지 뭐든 넘치지 않나 되돌아보고 살펴야겠다. 욕심내서 이것저것 다 사들이는 일은 제발 그만하자. 코스트코 멤버십이 필요 없는 것 같으면 해지하자. 생각만 할 일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아직 내게도 희망이 있다.